[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배우 박해진은 촬영 현장에 늦는 법이 없다. ‘시간 엄수’를 철칙으로 하는 배우를 위해 매니저도 늘 약속 시간 10분 전에 도착한다. 그러니까 꽉 막힌 도로에서 늦어 어쩔 줄 모르다 경호원의 손을 잡고 도로를 뛰는 JTBC 드라마 ‘맨투맨’ 속 여운광(박성웅) 같은 일은 박해진에겐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박해진은 ‘맨투맨’의 종영 인터뷰에서도 정확했다. 정시에 취재진을 안내했고 다음 인터뷰를 준비할 시간을 넉넉하게 가졌다. 인터뷰 내용에 있어서도 그랬다. 다소 짓궂은 질문에도 “이런 질문은 좀…”이라거나 대답은 하되 “인터뷰엔 싣지 말아 달라”는 부탁 같은 건 없었다. 기자는 기자의 일을, 배우는 배우의 일을 할 뿐이라는 듯한 태도.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굳이 시간을 내 인터뷰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드라마의 화제성을 위해 함께 뛰어 준 기자들과 만나서 인사하고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일은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이 박해진에겐 이미 습관 그 이상이 된 것 같았다.

‘맨투맨’에서 국정원 고스트 요원 김설우를 연기한 박해진은, 그래서 드라마에 나오는 액션 신들을 가능하면 직접 소화하려 했다. 얼굴이 보이고 손이 보이는데 모든 걸 대역에게 맡길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액션 연기의 고충을 묻자 “생각만큼 몸을 많이 쓰진 않았다. 날라서 뛰는 것 같은 장면은 대역 분들이 해줬다”면서도 “그런 것 말고는 직접 하고 싶었다. 차가 뒤집어지거나 도는 장면 같은 건 특히 그랬다. 내가 운전을 좋아하는데, 평소에는 그렇게 빨리 달리거나 인도를 가로지르거나 유턴을 급하게 할 일이 없잖나. 촬영이니까 다양하게 해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드라마 중간 마술을 하는 장면도 그랬다. 설우가 동전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촬영 전날부터 연습했지만 결국 전문 마술사의 손이 본 방송에 나왔다. “처음부터 마술사에게 맡겼으면 편하지 않았겠느냐”고 물으니 박해진은 “손이 클로즈업 된 부분도 있지만 전체 장면에서 손만 나오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내가 그 마술의 순서나 방법도 모르면서 ‘있다, 없다’를 연기할 순 없었다. 동전이 왼손으로 갔다 오른손으로 갔다 하는데 그 순서를 외워야 했고, 마술사가 마술을 할 때의 액션도 되도록 비슷하게 하려고 했다. 내 손이 안 나와도 직접 해 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촬영장에서 근면 성실의 아이콘이면서 가끔은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했다. 주연 배우가 늘 정시에 촬영 현장에 도착하니 늑장을 부릴 수 없다는 스태프들과 다른 배우들의 기분 나쁘지 않은 볼멘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격상 쫓기는 느낌이 너무 싫다”는 박해진은 자신의 이런 태도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5분, 10분이 쌓이면 1시간이 지연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마지막 회가 되기까지 줄곧 4%대 시청률의 벽을 넘지 못 했지만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박해진은 “시청률은 신의 영역에 있는 것이고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며 “재미있게 찍었고 자신 있게 잘 만든 작품이라 생각한다.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했으니 만족”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에서도 서비스가 되고 다시보기도 있으니 종영 후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사진=마운틴무브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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