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다른 금융권에 비해 경쟁이 치열하고 시황에 따라 부침을 심하게 겪는 증권가. 국내외 모든 정보가 모인다는 증시를 두고 여의도 증권가에는 수많은 뒷말이 돌아다닌다. 돌아다니는 소문 중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다. 믿거나 말거나는 본인 자유다. 투자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지는 것처럼.

증권사의 수장인 최고경영자(CEO)나 오너를 놓고서도 수많은 말이 떠돈다. 그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재떨이’ 관련 괴담이다. 각 증권사 CEO들이 일이 풀리지 않을 때 회의실에서 부하 임원에 재떨이를 던지며 분노를 강하게 표출했다는 얘기다. 주로 평소 성격이 강해보이는 사장과 오너를 중심으로 이런 얘기가 돈다. 

예를 들어 다른 증권사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든지, 지점에서 횡령사고가 발생했다든지, 언론에 여러 가지 악재가 나올 때마다 거론되는 게 재떨이 괴담이다. 물론, 모두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재떨이에 맞았다는 임원은 없다.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CEO에도 이런 소문은 따라다닌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번도 임원에 CEO가 재떨이를 던졌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데, 왜 이런 얘기가 계속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그런 사람이 CEO자리에 앉아 있겠냐”고 의아해했다.

그럼에도 증권사 재떨이 괴담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증권가의 삶이 팍팍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말 4만241명이었던 증권사 임직원은 올해 3월말 3만5,824명으로 10% 넘게 줄어들었다. 

몇몇 장수 CEO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 역시 언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 모르는 신세이기에 부하 임원을 강하게 다그쳤다는 추측이 돌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CEO의 평균 임기는 채 4년이 안 된다. 미국 투자은행(IB) CEO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간 증시가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면서 브로커리지(수탁수수료) 수입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거래대금도 급증하고 증권사 1분기 순이익이 1조원에 육박했지만, 언제 지수가 거꾸러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증권가 임직원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지금이야 지수가 좋아 순조롭지만 언제 재떨이 괴담이 다시 등장할지 모르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내년에 증권사 CEO가 대거 물갈이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세상승장임에도 거래량이 이전 같지 않은데다, 증권사의 캐시카우였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액도 지난달 올 들어 최저치(4조3,297억원)으로 줄었다”며 “올 1분기와 같은 실적이 지속될 수 있을지 증권사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IB에 비해 한국 증권사는 장수하는 CEO가 적고 돈 벌기도 빡빡해 재떨이 괴담이 나오는 것 같다”며 “은행계열 증권사들이 지주의 눈치를 보는 것도 CEO에 대한 과격한 소문이 도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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