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자'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 ‘옥자’는 가족영화다. 산골소녀 미자(안서현)와 거대한 동물 옥자의 가족애를 따뜻하게 그려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위트와 함께 만화주인공 같은 캐릭터들의 향연, 자본주의를 향한 조소와 교훈적인 메시지는 덤이다. 전작들에 비해 한층 밝고 유쾌한 분위기도 돋보인다.

‘옥자’는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가 자신과 동고동락한 ‘슈퍼돼지’ 옥자를 찾아나서는 모험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다. 하마와 돼지를 섞은 듯한 옥자는 뉴욕의 미란다 주식회사가 지구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가축이다. 미란다의 최고 경영자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는 슈퍼돼지 프로젝트 중 최고의 품종으로 꼽힌 옥자를 뉴욕으로 데려오려 한다. 이 때부터 겁 없는 산골소녀 미자의 모험이 시작된다.

거대 자본 세력인 미란도에 겁 없이 맞서며 옥자를 구해내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친다. 산 비탈길에서 구르기는 기본이요, 옥자가 갇혀있는 달리는 트럭 위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옥자와 미자의 감동적인 우정스토리는 갖은 고통을 당하면서도 순수성을 잃지 않는 미자의 모습을 통해 더욱 극대화된다.

봉 감독은 자연 친화적이며 순수한 미자와 상반되는 자본주의 캐릭터들을 희화화하며 표현하며 끊임없이 비웃는다. 초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친환경을 강조하는 미란도의 모습부터 한물 간 동물학자 조니(제이크 질렌할)이 그 예다. 다소 우스꽝스럽고 오버하는 악역들을 배치함으로서 관객으로 하여금 미자의 상황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악역 외에도 여기저기 배치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흥미롭다. 시종일관 방관자 태도를 취하는 미자의 할아버지(변희봉)는 자본주의에 익숙해져 있는 힘없고 무능한 어른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또 동물 보호단체지만 결국 자신들의 이권을 추구하는 ALF의 이중적인 잣대 역시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봉 감독 특유의 풍자와 위트는 남용된 듯하다. 영화 곳곳의 장면에 웃음을 유발하는 설정을 끼워 넣는데 조금은 과한 느낌을 준다.

영화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미자는 옥자를 구하기 위해 찾은 도축장에서 수많은 돼지들이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고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자본주의의 민낯이자 이윤만을 추구하는 어른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미자는 가족 옥자를 구해내는 과정에서 별별 고충을 다 겪으며 한층 성장한다. 산골소녀 미자가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영화의 말미 미자가 본연의 순수함을 잃지 않은 채 ‘육류’가 없는 단촐한 밥상에서 할아버지와 여유롭게 밥을 먹는 장면은 뜻하지 않은 여운을 준다.

참고로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 쿠키 영상이 뜬다.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0분. 29일 개봉.

사진=넷플릭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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