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대책 마련에 총력전을 펼치면서 부동산 투기대책이 임박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이상 현상으로 급등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 투기과열 지구 지정, 세제 강화까지 총망라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며 부동산 투기 방지라는 최우선 정책 목표에 방점을 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후 오랜만에 온기가 실린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자칫 내수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 경제는 건설과 부동산이 주도적으로 이끌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고민과 부동산 시장의 시선을 대조해가며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및 서민주거 대책의 방향을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편집자 주>

집값 상승 부채질 위험 커 "서민 위한 정책 아니야"

[한스경제 최형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부동산 규제 대책 카드를 언제 꺼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공약에서 서민주거 안정을 강조해온 만큼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것은 현 정부에게 중요한 과제다. 투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집값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지엽적인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서민 주거생활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국정동력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어 부동산 안정화는 반드시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상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여러 세재개혁 방안 중 보유세 인상을 가장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잠실 주공5단지 등 잠실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제공=연합뉴스.

부동산 세재 아킬레스 건

이 때문에 정부는 보유세 인상 검토를 간과할 수 없다. 보유세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내야 하는 세금을 말한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대표적인 보유세다.

부동산 시장의 국지적 과열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 정부가 최후 수단으로 부동산 관련 세재 강화카드를 꺼내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보유세는 그간 부동산 세재 중에서 아킬레스 건으로 지적돼온 만큼 정부도 보유세 인상을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반드시 올리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가 이상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여러 세재개혁 방안 중 보유세 인상을 가장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다주택자들이 세금의 부담을 못 이겨 집을 팔 확률이 높아 그만큼 물량 공급량이 활발해지고 정부 입장에서도 세수증대를 꾀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집값을 잡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 전례가 있는데다가 새 정부가 자산과세를 강화한다는 방침이어서 부동산 시장이 더욱 과열될 경우 보유세 인상 도입에 대한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취득세, 인지세, 증권거래세 등과 같이 부동산을 거래할 때 내는 거래세는 일회적이지만,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는 지속해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업계는 올 하반기를 비롯해 내년까지 수도권에 공급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보유세 인상을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내는 것은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때 부동산시장 과열을 잠재우기 위한 보유세 방안 중 하나인 종부세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불러왔던 결과를 겪은 바 있다. 

8.31부동산 정책을 시행했던 2006년, 전국 주택가격은 평균 11.6% 올랐다. 이는 1990년(21%)과 2001년(16.43%)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국은 보유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기형적으로 낮은 것을 감안해서라도 보유세는 반드시 인상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실제 통상 선진국에서는 보유세와 거래세의 비율을 8대2로 구성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 비율이 2대8로 반대다.

여기에 2011년 기준으로 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의 평균은 1.09%로 한국(0.79%)보다 높다. 한국 보유세 비중은 미국과 영국과 비교해서는 2배가량 낮다.

보유세 비중이 크지 않아 부동산투기세력이 집을 사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 이유다.

다만 보유세 도입은 현재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에 포커스를 맞춰 도입되는 것이 아닌, 서민주거정책에 맞춰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민주거 정책 방향으로 ‘도시재생뉴딜사업’을 공약한 바 있다. 이 사업은 매년 10조 원씩 모두 50조 원을 투입이 필요한 만큼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보유세 도입이 적극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부동산 보유세가 국제기준보다 낮다”며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보유세 인상은 문재인 대통령 선거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보유세 인상 도입에 대해 집값 안정화를 위한 대책이 아닌, 서민 주거 안정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실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 집값이 조정될 수 있어 매매가격 안정화를 꾀할 수 있고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보유세 강화로 인해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다만 다주택 소유주에겐 세수 부담이 가중돼 임차인에게 전세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수도권 부동산 과열시장을 잡기 위해 보유세를 인상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더욱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보유세 인상이 도입되더라도 1~2가구 주택 소유주에게는 낮은 인상율을 적용하는 등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유세 인상이 집값 안정화 측면에서만 볼 때, 건설사들이 올 하반기 포함해 내년까지 많은 입주 물량 계획이 만큼 보유세 인상은 지금 당장이 아닌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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