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현]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이 외환위기 이후부터 꾸준히 담보대출에 치중하면서 부실이 발생되자 조합장(이사장)의 신원보증인까지 연대 배상책임을 전가시키고 있어 금융판 연좌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선진 여신심사시스템 구축이나 조합의 관리감독 개선을 통해 불법·부실대출을 줄이고 자산 건전성을 개선시켜 조합조직의 지속성을 갖추는 노력보다 손실 만회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신원 보증'을 서게 하고 있다는 것. 

▲ 신용협동조합의 신원 보증서 이미지 캡쳐./한스경제

14일 한스경제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영천 신우신협(현재 영천신협으로 통폐합) 조합장이던 석 모씨(임기 2004년 2월~2012년 2월, 2회 연임)는 지난해 초 영천신협으로부터 당시 재임기간 동안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대출 32건에 대해 부실이 발생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당했다.

피고는 조합장 석 씨와 신원 보증인, 대출담당 임직원, 서울보증보험 등 모두 6명이다. 이들의 손해배상금은 2심 재판에서 줄었지만 총 배상액은 10억 원이 넘는다. 영천신협 역시 관리감독 소홀 등으로 재판부가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줄어든 금액이다. 각 해당부분 위법 행위에는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취급 ▲담보물 과다평가 대출 취급 ▲담보대출 취급 부적 등 세가지다.

조합장이던 석 씨는 자산 300억원 이하의 경우 비상근직, 이상은 상근직으로 선출하는 조합 규정에 따라 비상근직으로 임기 기간동안 근무했다. 원래 농업에 종사하던 그는 최종 결제권자로서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만 출근해 제출된 결제서류에 도장을 찍는 업무를 맡았다.

금융 전문가가 아닌 그에게 대출 관련 결제사안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것이 부메랑이 돼 손해 배상 폭탄을 떠안게 된 셈이다.

이후 신우신협은 약 7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으며 영천신협으로 합병됐다. 신협중앙회의 안전지금을 지원받는 과정에서 심사 전 부실을 확인했으며 영천신협은 당시 책임자인 조합장과 대출담당 임직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게 했다.

석 씨는 퇴임 후 4년이 지난 부실을 떠안을 수 밖에 없어 전전긍긍했지만 신용협동조합법 제33조(임원의 책임 등) 2항 "임원이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 또는 타인에게 끼친 손해에 대해서는 연대해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에 근거해 배상을 해야 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퇴임 후 오랜시간이 지나서야 민사소송을 당한 것이 납득이 안됐지만 법적으로 시시비비거리가 아니다. 민·상법 상 배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당시 책임자로서의 도리다.

법원은 신원보증법에 따라 석 씨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행위로 발생한 손해액에 대해서 연대배상책임을 판결했으며 보증인은 손해액을 연대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자신의 신원 보증을 선 친인척까지 손해 배상 책임을 지게 한 것이 죄스럽다.

그는 "신원 보증인을 세우는 것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해 의심의 여지 없이 친인척을 신원 보증 서게 한 것"이라며 "신원 보증인도 연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과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하소연했다.

신협중앙회에게 취재한 결과, 신원 보증서에는 이같은 조항이 기재됐다. 보증인은 "상기자가 귀 하방에 재직 중 향후 4년간은 봉인들이 그의 신원을 보증하겠사오며, 만일 귀 조합에 손해를 끼쳤을 때에는 본인들이 연대하여 즉시 그 손해액을 배상함은 물론 민·형사상의 일체를 책임지겠으므로 이에 서명 날인하여 연대보증합니다"라고 돼 있는 문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그 책임에 대한 경중을 파악하지 못했다.

신원보증법 제2조에는 "이 법에서 '신원보증계약'이란 피용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그 손해를 배상할 채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신원 보증인의 정의나 손해배상 연대책임에 대해서는 신용협동조합법에는 근거가 없지만 민법, 상법상 적용이 가능해 석 씨와 함께 연대해 배상하게 된 것.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원 보증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판결은 민상법 상 전혀 문제가 없다"라며 "다만 단위 조합의 성격상 관리운영상 다를 수 있지만 신원 보증인과 연대 보증인의 정확한 구분, 그 당시 정황을 판단해 보증인에 대한 책임 범위를 벗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신협중앙회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법원도 과도한 손실액에 따라 피고인마다 각각의 금액 부담 정도를 결정한 판결이라고 전했다.

신원보증은 일반적으로 고용인이 자기업무에 대해서 고의·과실 등으로 사용자 측에 손해를 끼쳤을 때 그 손해를 신원보증인이 배상하도록 해 사용자측의 피해를 방지하려는 제도다.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 현실생활을 돌아볼 때 사회인은 스스로의 책임 아래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고 신원인의 직장생활까지 감시, 감독해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어렵다"라며 "이같은 현실을 볼 때 신원보증인이 책임을 부담하기 보다 오히려 고용인을 사용하고 감독하는 사용차 측이 책임을 감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법적 요청에 순응한다고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금융권에서는 임직원 인보증 관행이 존재했다. 통상 중소기업 등 대출 희망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은행 임직원에게도 인보증을 요구하는 것이 관행으로 취급됐다. 직원의 사기, 횡령 등의 손해는 은행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기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보증인을 요구해왔던 것.

하지만 보증의 폐해가 많아 인보증 관행은 자취를 감췄다. 더 나은 인보증 대체 제도의도 폐지에 한 몫했다. 1금융권에서는 이 제도가 사라졌지만 다른 금융기관마다 별도의 보증보험을 들고 있다. 2금융권에서도 인보증 대신 손해공제상품 중 단체신원보증공제를 활용하는 곳도 있다. 임직원의 신원보증과 각종 재산손해를 보장하는 역할이다

1차적으로 손실을 끼친 해당 임직원에게 배상청구를 하고 자체에서 적립한 내부유보금으로 손실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신협중앙회측은 신원보증인 제도에 대해 최소한의 관리감독 책임을 부담 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증인에 대해서도 연대 책임을 묻게 했다는 입장이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이사장이 재임기간 중 부실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자가 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며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끼친 손해에 대해서 배상 역시 보증인도 함께 책임을 물어 부실이나 중대한 과실을 최소화 하는 것이 추세"라고 답했다.

이어 "선량한 관리 의무를 다했는데도 위법이나 위규사실을 몰랐을 경우 배상 채임에서 제외 가능하다"라며 "고의나 과실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우겠다는 것이지 포괄적인 성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금융기관에 요구되는 공공성과 신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에는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엄격한 도덕성과 책임 의식이 요구된다.

하지만 그 첫번째 수단이 신원 보증이 될 수 없다. 조합원과 사회로부터 존경 받고 신뢰 받는 신협이 되려면 상호 존중과 사회적 책임 이행이 중요하다.

신협의 입장대로 책임 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의무라는 취지는 이해가지만 다른 한편으로 도덕성과 책임경영의 족쇄를 채운다는 점에서 연좌제와 다를 바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데 부담을 느껴 대출을 꺼리거나 사양한다면 서민들의 자금을 옥죌 수 있다"라며 "신협이 스스로 여신심사시스템을 공고히 해 부실대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지 관리자나 업무담당자에게 손해를 떠넘겨 쉽게 보전하는 행위는 직원들의 사기 저하 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금융권에서는 임직원에 대해 부실이나 과도한 손해를 끼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하는 경우는 있지만 보증인을 세워 연대 책임으로 떠 넘기는 경우는 없다.

앞으로 석 씨와 같은 전·현직 조합장이 나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상호금융은 외환위기 이후 담보대출에 치중했다. 예탁금 비과세 혜택에 힘입어 여신비중을 대폭 늘렸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제1금융권에 밀려난 서민들의 2금융권으로 몰렸다.

특히 담보대출에 주력한 결과 신협의 신용대출 비중은 1998년 48.1%에서 2015년 말 7.9%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담보대출비중은 92%까지 폭증했다. 농협, 신협, 수협 등 상호금융권과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취급 비중이 급증한 만큼 부실 위험성도 높아졌다.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부실의 책임 역시 무거워졌다는 것이다. 손해배상 민사소송 건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금융의 이해와 대출의 전문 지식이 부족한 이사장의 경우는 더 그렇다. 이사장의 신원 보증을 해줬다는 이유로 보증인이 선의의 피해자, 피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협은 신원 보증을 조합장, 상임임원, 회계 및 대출 담당자까지 받고 있다.

조합원이 늘어나고 담보대출 비중을 커졌다면 관리에 걸맞은 경영시스템과 금융의 이해도와 대출 지식을 갖춘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 중앙회의 관리·감독 사각지대 우려 때문에 지역 특성상, 조합 사정 상 910개나 되는 신협 조합장들에게 전문경영, 책임경영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신원 보증 제도를 최선이라 판단할 지 의문이다. 신협 스스로 조직을 위한 혁신을 고민할 때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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