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상근 대한유소년야구연맹 회장 인터뷰
▲ 이상근 회장. /사진=경기취재본부DB

[한국스포츠경제 경기취재본부=서상준·김원태 기자] “야구 글러브와 공만 있으면 실력과 상관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선수가 될 수 있다. 유소년 야구는 취미로 즐기거나 특기로 살릴 수 있다. 또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며 할 수도 있다. 각기 다른 동기나 목표에 대해 가치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을 이끌고 있는 이상근 회장은 연맹의 창립 이념을 이같이 소개했다. ‘공부하는 야구, 생활 속의 야구’를 표방하는 이 회장을 만나 ‘유소년 야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유소년야구대회 장면. /사진=대한유소년야구연맹

◇훌륭한 사회인•직업인 양성 목표

-연맹을 창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애로점은 없었나.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은 처음부터 단체 결성을 목표 삼지 않았다. 눈높이를 주 대상자인 학부모와 아이에게 맞추니 기존 시스템과 다른 차원의 목표가 보였다. 학부모는 아이가 좋아해 취미 삼아 야구를 시키려고 해도 막상 맡길 데가 없고, 운동선수를 시키고 싶어도 주변에서 만류하니 딜레마에 빠진다. 돈도 많이 들어가고 운동하다 그만두면 사회에서 낙오자가 된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연맹에서는 2011년 창립 때부터 주말과 공휴일, 방학을 이용해서만 대회를 개최했다. 가뜩이나 야구장이 부족한 현실에서 특히 주말야구는 당시 야구계의 지원을 받는 단체에서도 이상과 같은 목표였다. 유소년 단체가 주말에 구장을 빌리는 것은 금전적인 것을 포함해 제약이 따른다. 그래도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유관기관에 사정하고 매달리면서 버텼다. 돌이켜보면 정말 힘든 과정 이었다.  

일본, 대만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엘리트 선수를 우선시하면서 차별하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주말에 하루 종일 가까운 유소년 야구단에서 좋아하는 야구를 하거나 클럽에서 야구를 한다고 무시하지도 않는다.  

올해부터 모든 국내 스포츠의 엘리트-생활체육이 통합됐다. 그 취지를 살펴 생활 속의 스포츠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데, 아직은 기득권 유지 때문에 되레 통합 전 나름대로의 장점까지 없어졌다는 생각이다. 생활체육까지도 엘리트 스포츠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느낌이다. 엘리트 체육 발전을 위해 근간을 이루는 것이 생활체육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연맹 출신 아이들이 유소년 야구단에서 야구 이외에 배운 리더십과 협동심 등을 잘 발휘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고, 야구 선수로서 활동하다 그만 두더라도 미국, 캐나다, 유럽 선수처럼 어엿한 직업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연맹의 목표다.” 

-한국리틀야구연맹과 차이점은 무엇이며, 연맹 간 교류나 협업 시스템은. 

“학부모뿐 아니라 야구 관계자들도 자주 질문하는 내용 중 하나다. 공통점은 엘리트 선수 양성을 위한 학원스포츠가 아닌 클럽 시스템 형태다. 일정한 지역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소년야구 클럽스포츠다. 차이점은 우리 연맹은 방과 후의 취미나 특기 활동으로 볼 수 있으며,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에 한해 선수 자격으로 중학교에 진학한다. 학부모와 아이가 스스로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한다. 시스템을 연령별, 실력별로 세분화해 운영하는 이유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엘리트 선수를 배출한다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 연맹 간 교류는 없지만 부족한 유소년 야구장을 나눠 사용하는 등 협업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전향적인 협력을 모색 중이다.”

▲ 이상근 회장. /사진=경기취재본부DB

◇연령대•실력별 리그 운영

-연맹 주최 대회는 어떤 게 있으며, 그 중 내세울 만한 대회와 참가 규모는. 

“올해 총 9개 대회와 2개의 해외 국제교류전 등 11개 대회가 예정돼 있다. 국내 대회의 경우 서울 및 수도권 대회가 5개, 지방 대회가 4개다. 2월 순창군수배, 3월 스톰배, 5월 양구 전국유소년야구대회를 개최했다. 6월 대회에 이어 7월에는 국내 스크린야구 업체인 '야구스타'의 도움을 받아 '제1회 야구스타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가 열린다.  

여름방학 기간인 8월에 개최되는 ‘하늘내린 인제 전국유소년야구대회’는 올해로 6회째를 맞는다. 연맹 출발과 함께 해온 대회로 전국에서 80여 개 팀 1,5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한다. 닷새 일정으로 170경기 정도가 진행된다. 게임 수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또한 올해로 4회째 치른 ‘국토정중앙 양구 전국유소년야구대회’도 비슷한 규모의 대회다. 선수단과 학부모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 양구나 인제는 어느 누구도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을 때 연맹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힘을 준 곳으로, 특별한 애정이 있다. 

지난해부터 순창군수배도 개최하고 있다. 전창범 양구군수, 이순선 인제군수, 황숙주 순창군수께 연맹 3,000여 명의 선수들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연령대별 리그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연식 야구공으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야구 규칙을 개발해 ‘새싹리그(7세~초3)’를 처음 만들었다.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리그다.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온 식구가 총출동하는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연령별로 ‘꿈나무리그(초3~초5)’, 주 리그이자 최강 리그인 ‘유소년리그(초6~중1)’, ‘주니어리그(중1~고3)’가 운영되고 있다. 

같은 연령대라도 아이들의 구력이나 팀의 연차에 따라 실력 차가 많이 난다. 경기에서 콜드게임 당하고 야구장을 빠져나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바로 청룡·백호 제도다. 연령대별 리그에 실력 차를 감안해 팀을 구분한다. 프로야구 1, 2군 제도라고 보면 된다. 특히 유소년리그는 3군 시스템까지 만들어 우수한 성적을 내면 상위 리그로 진출한다. 같은 연령대에 비슷한 실력을 가진 친구들끼리 부담 없이 야구에 몰두할 수 있다.” 

-구장 확보 문제는 애로가 없는지. 

“가장 어려운 문제다. 연맹 설립 이후 지금까지도 외부 지원 한 푼 없이 버텼다. 초창기에는 사재를 털어 보탰지만 7년 정도 지나다 보니 한계에 봉착했다. 하지만 자원 봉사에 가까운 임직원과 유소년야구를 발전시켜야겠다는 감독,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극복해가고 있다.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고, 자생하는 단체가 되기 위해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마음이다. 

한 해 10여 개 대회 중 내부 예산이 필요한 서울 및 수도권 대회가 문제다. 규모가 점점 커지다 보니 대회 예산이 많이 필요한 실정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국내 유소년 야구장 현실에서 주말 야구를 지향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구장 확보에 큰 어려움이 있다. 성인구장 또한 주말에는 사회인 야구팀들에 밀려 사용이 녹록하지 않다. 

전용 유소년 야구장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이 화성시의 도움으로 리틀야구 전용구장을 확보해 다수의 선수단과 학부모 방문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상생의 모습이 좋은 사례다. 우리 연맹도 더 많은 노력을 통해 지자체와의 협력 방안을 찾는 게 대안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유소년야구 단체에 물질적 지원을 떠나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유소년야구대회 장면. /사진=대한유소년야구연맹

◇세계 유소년야구 단체의 중심을 향해

-‘엘리트 체육’을 표방하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엘리트 선수’를 꿈꾸는 선수들도 있을 텐데.

“공부하는 야구, 생활 속의 야구를 지향하지만 클럽야구 속의 취미 활동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우리도 좋은 인재를 양성할 책무가 있다. 다만 기존의 학원스포츠처럼 수업에 지장을 초래하며 능력이나 적성의 테스트 없이 운동선수로 바로 내몰리는 단점을 바로 잡겠다는 의미다. 소수의 선수 진학 희망자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연맹에서도 4년 전부터 선수로 중학교에 진학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해에도 50명 정도의 선수들이 진학했다. 유소년 야구단에서 활동하다 초등학교 야구팀으로 옮기는 선수도 다수 있다. 우리가 배출한 선수 중 최고 학년이 현재 고3이어서 내년에 처음으로 프로야구 선수가 탄생할지 여부에 관심이 크다.” 

-최근 황사와 미세먼지로 실외경기에 지장이 많을 것 같다. 선수들의 건강이 우려되는데 특별한 대안은 있나. 

“선수와 학부모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대회는 아무리 늦어도 최소 몇 달 전에는 장소와 시기가 결정되기 때문에 황사와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해 반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외스포츠를 하는 모든 단체의 고충이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대회 일정을 일부분 조정하거나, 평상시에는 각 유소년 야구단에서 훈련 중단을 권고하는 등의 조치가 현재로서는 대안이 아닐까 한다.” 

-끝으로, 연맹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연맹의 취지 하나만 믿고 지금까지 함께 달려와 준 3,000여 명의 학생들과 1만 명에 가까운 학부모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선수들이 즐기는 야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연령별 리그에 추가해 실력에 맞는 세분화된 리그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유소년야구대회를 선수 위주가 아닌 온 가족 축제 형식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 타격왕 루 게릭, 전설의 왼손투수 랜디 존슨 등 야구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많은 스타 선수들은 공부도 열심히 해 명문대를 졸업했다. 우리 연맹 선수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이런 선수들 못지않게 멋진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순수 유소년야구 단체인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은 앞으로도 매년 정기적으로 해외 대회 참가뿐 아니라 해외 유소년 야구단을 초청해 활발한 국제교류를 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홈스테이 등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구촌 유소년들이 ‘야구’를 매개로 친선을 다지는 데 일조하고 싶다. 우리 연맹이 세계 유소년야구 단체의 중심으로 설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당부 드린다.”

경기취재본부=서상준·김원태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