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개최되는 8개국 초청 17세 이하 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아이티 대표팀 선수들이 뉴욕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됐다./사진=nydailynews.com 캡쳐

[한국스포츠경제 이상엽] 2007년 6월 14일, 8개국 초청 17세 이하(U-17) 국제 청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아이티 청소년 대표팀이 한국으로 향하던 중 경유지인 미국 뉴욕에서 집단으로 행방불명 돼 큰 소동이 벌어졌다.

아이티 대표팀은 사상 첫 U-17 월드컵 본선에 진출, 월드컵 전초전 성격이었던 이번 대회에 초청돼 이틀 뒤인 16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가나와 첫 경기를 치르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던 중 뉴욕 JFK공항서 총 18명의 선수 중 13명이 집단으로 이탈하자 그 경위에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납치설∙망명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당시 사라진 선수들은 하루 만에 전원 복귀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조사 결과 대표팀 관계자 등 어른들이 어린 선수들을 데리고 일탈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외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미국 등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악용해 어른들이 벌인 일이라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아이티 뉴욕 영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들은 단지 관광인 줄 알았으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 것 같다”며 “자취를 감췄던 선수들의 대부분은 어른들을 따라 움직였고, 일부 선수는 친척과 친구를 만나기 위해 보스턴에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대회 전부터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아이티 대표팀의 헤프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 당일에서야 한국에 도착해 시차적응은 물론, 제대로 된 연습조차 하지 못하고 첫 경기를 해야 했다. 입국 당시 등번호가 없는 유니폼만 가져와 대회 조직위에서 급히 백마킹을 하는 등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이티 대표팀은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경기를 치렀지만, 첫 상대인 가나와의 경기에서 0-3 패배를 시작으로 수원서 열린 한국전 패배(0-2), 브라질전 패배(0-4)로 3연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수원=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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