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지방자치단체 ‘금고지기’ 자리를 두고 은행들이 치열한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5년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이 일부 바뀌면서 기존 자리를 지키려는 은행과 새로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은행들의 금고쟁탈전이 한층 격화되는 모습이다.

금융권이 지자체 금고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규모가 큰 예산을 안정적으로 예치해 관리할 수 있는데다 해당 지자체 공무원 금융거래도 한꺼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금고에 선정되면 4년간 주거래은행 자격이 주어진다. 인지도 상승, 공직자·지역주민 유입 등의 고객확보 효과는 덤이다.

지자체 금고는 1금고와 2금고로 구분된다. 1금고는 지자체와 관련된 모든 세수인 일반회계를 관리해 규모가 큰 편이다. 2금고는 특별·기금회계 등 특정분야를 담당해 자금 규모가 작다.

▲ 광역단체 만기 도래 금고 현황. 표=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지자체의 금고는 대전시, 강원도, 충청북도, 전라남도 등 광역단체 4곳과 기초단체 50곳이다. 지자체 금고 은행은 설명회와 제안서 평가를 거쳐 9~10월에 선정한다. 새로 유치된 금고는 내년 1월부터 오는 2021년까지 운영된다.

그동안은 기존 은행들이 대부분 재선정 돼왔다. 하지만 지난 2015년 행정자치부가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 예규를 일부 개정한 것이 이번 선정에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은행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30점) ▲자치단체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5점) ▲주민이용 편의성(18점) ▲금고업무 관리능력(19점) ▲지역사회기여 및 자치단체와 협력사업(9점) ▲기타사항(9점) 등으로 평가기준이 변경됨에 따라 지역사회기여도 배점이 낮아지고 은행의 경영능력에 대한 점수 비중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인맥, 지역 연고, 지역 대표은행 등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으로 지방 금고 진출이 가로막혔던 다른 은행들도 신규 입성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과거 대전광역시 A구금고 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는 한 관계자는 “지자체가 금고를 선정함에 있어서 심의위원회는 형식적이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지역 연고 등이 고려돼 시장이나 도지사, 국회의원 등의 의사가 대부분 반영되어 결정되는 것이 관행이었다”며 “금고선정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참여하는 사람들 중 시민단체, 교수, 언론인 등 사회 각층의 인사가 참여하긴 했으나 그 또한 실질적인 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공정하고 투명한 금고지정을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선정기준 잣대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한 금융기관이 수차례 수년 동안 금고를 맡아서 운용하는 것도 지역사회 기여도 측면 등에서 볼 때 긍정적이지만, 시·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등과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들로 금고선정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가능하면 제한을 두어서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 선정에) 여러 번 혹은 연이어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광역단체 중 5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걸려있는 대전시는 대전 본청, 5곳의 구청(동구·중구·서구·유성구·대덕구) 모두 KEB하나은행이 수년간 선점하고 있어 새 은행이 KEB하나은행을 밀어내고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지난 1998년 충청은행이 하나은행에 흡수합병되면서 대전 금고는 하나은행이 맡아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주로 기존 은행들이 다시 선정돼 왔으나 이들에 유리했던 점수 항목들의 비중이 낮아지면서 타행들이 신규 입성을 노려볼 만 하게 됐다”며 “은행들이 해당 지자체에 당행이 금고로서 적격하다는 설명을 하는 자리에서 어떤 항목을 어필할지 잘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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