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백아연의 노래는 특별하다. 차트 ‘역주행’을 이루며 일순간에 백아연을 스타로 만든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부터 ‘쏘쏘’, 신곡 ‘달콤한 빈말’까지 달콤하기 그지 없는 멜로디 속에 씁쓸함을 녹여내는 재주가 있다. 기껏 분위기 잡아 놓고 “나 여자 친구 생겼어”라고 말하는 ‘썸남’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대신 “새똥 맞아라. 택시에 지갑도 놓고 내려라”(‘넘어져라’의 가사 일부)며 입술을 삐죽인다. 백아연의 노래는, 노래이기 이전에 하나의 일상어이며, 때론 우리의 일기다.

“가사를 좀 현실적으로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너무 단어를 꾸미거나 상황 자체를 포장하거나 그러려고 하지 않고 정말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해요. 한 번에 이해가 가기 쉽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는 게 아닐까요.”

그 가운데서도 특히 눈에 띄는 곡은 브라더수와 함께한 ‘넘어져라’다. ‘야한 사진 보다 실수로 좋아요를 눌러서 밤새 이불킥을 하라’든지 ‘길 가다 넘어지라’고 심술을 내는 상황은 어떻게 생각했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으면서도 묘하게 공감된다.

“브라더수가 제게 ‘어떤 노래를 쓰고 싶으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한테 상처를 받으면 ‘길 가다 넘어져라’고 표현하는 편’이라고 했더니 그럼 그걸 가지고 쓰자는 거예요. 노래로 써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제가 미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민망해하고 창피해하는 상황이 뭘까를 생각한 다음에 쭉 정리해서 가사로 표현했어요. 재미있게 작업했는데 사람들이 저더러 ‘저주왕’이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작곡보다는 작사에 아직은 더 관심이 많다는 백아연은 가사에 되도록 진심을 담고 싶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한 문장의 글로 표현하는 건 어렵지만, 하나하나 해나가며 공감을 얻는 과정이 즐겁다. 친구나 가족에게도 이야기 못 할 고민들을 가사로 표현했는데, 사람들이 ‘나도 이런 고민이 있었어’라는 피드백을 보내 주면 그게 그렇게 좋다고 한다.

‘쏘쏘’ 때도 그랬지만 백아연은 연애를 하고 있지도 헤어지지도 않은 중간 상태의 심경을 ‘달콤한 빈말’에서도 노래한다. 데뷔 이후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는 백아연은 ‘쏘쏘’ 때부터 최근까지 ‘썸은 타는데 연애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썸은 꾸준히 타나 보다”는 물음에는 “그건 아니다”며 웃었다.

“사랑하고 이별을 하면 음악에도 변화가 생기겠죠. 주변 사람들한테 말을 잘 안 해서 그렇지 사실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에요. 그래서 그런 깊은 사랑을 겪게 되면 음악에도 표현이 많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백아연이 사랑에 빠지면 노래로 알아차릴 수 있을까. 백아연의 답은 "그렇다"다.

"정말 연애를 하고 있어서 사랑에 빠진 노래들을 썼는데 제가 그냥 '연애하는 척 한 거예요'라고 해버리면 스스로도 씁쓸할 것 같아요. 연애를 하게 되면 그 마음을 담아서 노래에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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