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 임서아 기자

[한스경제 임서아] 일주일 세 번씩 법원에서는 특검의 ‘이재용 공판’ 소설이 연재된다. 레퍼토리가 똑같은 이 소설은 벌써 28편째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특검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삼성을 향해 수백 발의 화살을 날리지만 정작 과녁을 단 하나도 맞추지 못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은 어제(14일)로 70일째를 맞았다. 특검이 자신 있게 외쳤던 “증거는 많고, 증인도 많다”던 그 말은 언제쯤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 70일 동안 아직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볼 수 있을지 의문부호다. 

공판이 길어질수록 국민은 지쳤지만 특검을 향한 기대는 아직 버리지 못했다. 삼성을 꼼짝 못 하게 만들 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특검이 분명히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마음 한구석에서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판을 직접 참관해 특검의 모습을 보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난다. 공판에서 특검이 가장 자주 하는 말 가운데 몇 가지를 꼽자면 “사건 정황상”, “상식적으로”, “그렇지 않을까요” 등이다. 이 단어들만으로도 특검이 정확한 증거는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석하는 모습이다./연합뉴스

일례로, 지난 14일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28차 공판에서 특검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남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삼성물산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은 정황상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이지만 특검 조사 당시 자료를 보여주면서 ‘그러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정황상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특검이 증인 신문 과정에서 의견과 추측을 섞어 가며 유도신문을 하고 진술을 강요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특검의 진술조서 내용에 대한 신빙성 문제는 자주 논란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달 26일 증인으로 출석한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은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의견을 말한 적 없는데 진술 조서에는 직접 말한 것으로 나온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결국 재판부가 증인의 주장을 인정하며 해당 내용이 기록된 특검의 진술 조서가 증거효력을 상실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특검과 다르게 삼성 변호인 측이 던지는 질문은 정확하고 간단하다. “청와대의 압력이나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적 있나요 혹은 삼성그룹에 부탁을 받은 적이 있나요” 이 문장 하나로 끝난다.  

삼성의 문장에 특검의 대답은 일관적이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가 이뤄진 5분 동안 청탁이 이뤄졌을 것이며 이는 추후 증명해내겠다는 것이다. 형사재판의 기본은 증거재판주의기 때문에 정황과 추측만으로 이를 증명하기는 어렵다. 

소설이 전부 완결판을 내놓지 못한다. 작가의 능력이 부족하면 미완성으로 끝나는 소설도 수두룩하다. 과연 이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국민들의 의문은 커지고 있다.

임서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