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리 슈틸리케./사진=KFA 제공.

[한스경제 박종민]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역대 최장수 사령탑인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이 끝내 불명예 퇴진했다.

대한축구협회(KFA) 기술위원회는 15일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확정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부진이 주된 이유였다. 이날 회의에는 12명의 기술위원 중 10명이 참석했다. 회의가 시작될 무렵 주위에는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2014년 9월 한국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슈틸리케 감독은 재임 33개월 동안 영예와 치욕을 모두 맛봤다. 독일 출신으로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독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한 그는 스위스와 독일 유스,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감독 등을 역임하다 홍명보(48) 감독 사퇴로 공석이 된 한국 대표팀 수장에 올랐다.

부임 초반에는 호평을 받았다. 슈틸리케호는 2015년 1월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거뒀고, 그 해 8월 동아시안컵에선 정상에 우뚝 섰다. 그러나 지난 해 6월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1-6 대패를 당하면서 여론은 급격히 냉랭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과정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며 숱한 위기를 맞았다.

지난 3월23일 중국과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서 0-1로 진 뒤에는 경질 주장이 거세게 일었다. 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한 기술위원회를 열었으나 '대안 부재'를 이유로 재신임을 결정해 그는 가까스로 감독 생명을 이어갔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8일(한국시간)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유효슈팅 0'의 답답한 공격력으로 비판 여론에 직면한 그는 14일 약체 카타르와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에서 2-3으로 지면서 퇴출이 기정사실화됐다. 부임 초반 '갓틸리케'라 불리던 그의 별명은 ‘수틀리케'로 변질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재임 기간 27승5무7패(63득점 25실점)의 성적을 남기고 씁쓸히 퇴장했다.

이날 취재진 앞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발표한 이용수(58) 기술위원장 역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기술위원장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현 상황에서 차기 사령탑은 국내 지도자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감독은 앞으로 치를 최종예선 2경기를 포함해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위원회는 오는 8월 31일 예정된 이란과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이 열리기 전까지 새로운 대표팀 감독을 뽑을 계획이다.

한편 사실상 경질임에도 슈틸리케 감독의 잔여 연봉은 고스란히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이날 '경질'이란 단어 대신 '상호 합의에 따른 계약 종료'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잔여 연봉 지급 등 세부 내용은 계약서에 따를 것"이라며 "경질, 사퇴 등의 문구는 계약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계약 기간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2018년 6월14일~7월15일)까지'로 돼 있어 앞으로 1년가량 연봉을 더 받게 될 전망된다. 그의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5억원에서 18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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