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리 슈틸리케./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 박종민]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결국 경질됐다.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구해낼 해결사는 누가 될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15알 경기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성적과 경기력 부진의 책임을 물어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지난 14일(한국시간) 이른바 ‘도하 참사(원정 카타르전 2-3 패)’를 겪은 뒤 불과 하루 만에 신속하게 조치가 이뤄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4승1무3패(승점 13)로 2위인 한국은 3위 우즈베키스탄(4승4패ㆍ승점 12)과 불과 승점 1 차이다. 이란(8월31일), 우즈베키스탄(9월5일)과 두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용수(58) 기술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기 대표팀 감독이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위기관리 능력은 필수다. 꼭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심리를 잘 단련시키고, 그것을 경기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아울러 현재 침체된 선수들의 사기를 단시간에 다잡을 수 있는 감독이 발탁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견을 전제로 “외국인 감독이 선임된다면 선수 파악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내 축구계 사정에 밝고 선수, 코칭스태프, 축구협회 등과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한국인 지도자가 적합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허정무(62)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와 신태용(47) 전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 정해성(59) 대표팀 수석코치, 최용수(44) 전 장쑤 쑤닝 감독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허정무 부총재는 업적과 경험 면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다. 그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한국 축구를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올려놨다. 선수와 감독, 축구 행정가로서 경험이 풍부할 뿐 아니라 카리스마 있는 축구계 원로로서 선수단 장악도 수월할 것으로 평가된다. 남아공 월드컵 때 정해성 수석코치와 호흡을 맞췄으며 설기현(38) 코치, 기성용(28ㆍ스완지 시티) 등과도 끈끈한 연을 맺고 있다.

허 부총재는 대표팀 감독직에 대해 "한국 축구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제안이 온다면 주위 분들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2012년 4월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직에서 내려온 후 5년 넘게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던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선수 정보와 변화된 축구 트렌드에 얼마나 빨리 맞춰갈 수 있느냐에 의문 부호가 달린다.

신태용 전 감독은 국가대표팀 코치로 슈틸리케 감독과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는 데다 선수들로부터도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8강 진출에 실패한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축구계 내부에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보다는 현재 20세 전후한 선수들을 성장시켜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나서는 게 더 적합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신 전 감독이 성인 대표팀을 맡게 될지는 미지수다. 정해성 수석코치는 현재 대표팀에 몸 담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최용수 전 감독은 대표팀 지도 경력이 전무한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한편 이용수 위원장은 이날 "슈틸리케 감독과 상호 합의에 따라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최근 대표팀 성적에 관해 책임을 통감하며 나 역시 기술위원장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파주=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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