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카드업계의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카드사 내부 경쟁은 물론 캐피탈, 은행권, 저축은행과의 권역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과 가계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순이익 하락이 예상되자 할부금융 시장으로 새 판도를 연다는 각오다. 내부 경쟁과 조달금리의 영향으로 카드사들의 할부금융 금리는 낮아지고 혜택은 많아지면서 캐피탈 업계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하다.

카드업계는 경쟁력을 갖춘 금리와 캐시백 등이 결합한다면 카드사들이 할부금융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 16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업계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취급액이 급증하는 등 카드업계가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활발히 활약 중이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6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업계 카드사 중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등의 1분기 할부금융 취급액은 전년동기 대비 70.92%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 5,527억원에서 1년 만에 9,447억원으로 성장한 것. BC카드도 최근 할부금융업을 등록하면서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 진출을 조심스레 준비 중이다.

카드사들이 할부금융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이유는 올 하반기부터 전방위적인 수입하락이 예상돼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당장 올 8월부터 카드수수료 우대 대상 영세 가맹점의 폭을 넓히겠다고 확언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계대출 축소 압박으로 카드사들의 카드론 수입도 쪼그라들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경쟁을 펼치거나, 계열 캐피탈사의 할부금융을 키우는 방법으로 각자 할부금융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캐피탈사들은 자동차 할부금융을 주력 사업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카드사들은 안정성과 낮은 금리, 캐시백 연동 혜택 등을 내세웠다.

현재 신차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 점유율 1위는 현대캐피탈로, 4월부로 할부금리를 4.5% 선으로 낮췄다. 캐피탈사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카드사들보다는 높다. 카드사들은 캐피탈사보다 채권 판매 신용이 높아 조달금리에서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캐시백 혜택도 무시하기 어려운 무기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대부분 자동차 할부금융을 이용하면 캐시백 혜택을 준다.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조달비용이 높아진다면 카드사들의 수입에 또 다른 방해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은 카드사뿐 아니라 타 업권에도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므로 점유율을 빼앗길 위험은 낮다.

캐피탈사를 자회사로 갖고 있는 카드사들은 별다른 사업 진출 없이 캐피탈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캐피탈사들은 중고차시장 매매를 중계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웹페이지를 제공하면서 중계 서비스에서 매매가 이루어지면 자사의 상품을 홍보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모으는 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미 캐피탈을 운용하는 중으로 별도의 할부금융 사업이나 법인 설립은 필요하지 않다”며 “자회사의 할부금융 근육을 키우는 방향으로 트렌드를 쫓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뿐 아니라 업권끼리의 각축전도 예고된다. 캐피탈사와 카드사의 할부금융 금리는 이미 비슷하거나 역전된 상태다.

은행권과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의 시너지도 기대를 모은다. 이달 우리은행이 아주캐피탈을 인수한 사모펀드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기로 했다. 아주캐피탈은 자산 5조원 규모로 자동차 할부금융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저축은행도 최근 할부금융업 등록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시장 기반을 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은 아직까지 할부금융업 등록을 할 수 없고, 할부금융업이 가능한 캐피탈 등을 인수해야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며 “현재 할부금융업에 진출한 업권 중에서는 카드사가 가장 우량하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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