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최근 미국 증시에서 정보기술(IT) 업종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일면서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증시 상승세 역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IT 업종 종목이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주가지수가 추가 상승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주도 업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IT 업종 종목은 아직은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언제 하락세로 돌아설지 모른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16.5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26.47%나 상승했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16일 기준 코스피지수 시가총액 내 비중은 19.45%에 달한다. 

같은 IT업종 종목이자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2.87%)나 5위 NAVER(1.92%)와도 큰 차이가 난다. 시총 규모 4위인 삼성전자우의 코스피 내 비중이 2.25%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 증시 상승세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업종이 주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IT업종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름세를 보일 때도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이 계속됐다.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잠잠해졌지만 미국에서는 반도체 시장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지난 9일(현지시간) 장중 1149.86을 찍었다가 15일에는 1070.76에 거래를 마쳤다.

여기에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등 미국 IT업종을 대표하는 ‘팡(FANG)’의 주가는 최근 흔들리고 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상과 자산축소에 본격 돌입하면서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국내 IT업종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구원투수의 등판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증시에서 눈에 띄는 대체 유망재는 단연 제약‧바이오와 조선주다. 제약‧바이오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높은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간 적자를 이어오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제약‧바이오주에 온기가 돌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상승률은 16일까지 58.94%에 달한다.

지난해 9월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했던 8,500억원 규모의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 해지 소식으로 제약‧바이오주의 전반적 침체를 불렀던 한미약품은 올해 뚜렷한 실적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한미약품은 16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56.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826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치매 국가 책임제’ 등 문재인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 기대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큰 이유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세우고 그 안에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분과를 설립할 계획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해 업계에서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조선주 역시 업황이 개선되면서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은 이달 14~15일 사이 모두 52주 신고가를 경신할 정도로 높은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체들은 올해 들어 5개월 동안 207만CGT(건조 난이도를 감안한 표준화물선 환산 톤수), 57척을 수주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조선업은 2027년까지 향후 10년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2020년부터 선박연료 황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현재 3.5% 수준에서 0.5% 이하로 낮추는 환경규제가 본격화되면 선박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극심하게 부족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선업계 기술 경쟁은 IT업종보다 더 거세고 원천 기술을 보유한 선박 엔지니어가 한국에 집중돼 있어 일본이나 중국은 절대 따라올 수 없다”며 “경쟁자도 없고 수요도 폭증하는 국내 조선업체 주가는 향후 10년간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업종 종목의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여전하다. 이에 업종에 관련 없이 많이 올라 있는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것이 향후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미국에서 IT업종 주가가 주춤하지만 독보적인 기업이익을 생각하면 국내 IT주가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요즘 펀드매니저에는 업종보다 중소형주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고 전했다.

조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키로 했는데, 과거 추경이 시행되면 내수주 위주인 중소형주 주가가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며 “조선주는 2015년 하반기와 2016년 상반기에 수주를 못해 2년 후인 올 하반기에는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약‧바이오주는 수익성이 높지 않고 성장성을 보고 투자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며 “그래도 하반기에는 작년에 비해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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