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사진=이호형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신태용(47) 전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이 축구와 인연을 맺은 건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때다. 진행 스토리는 여느 스포츠 스타들과 다르지 않다. 반에서 워낙 운동을 잘했고 때마침 다니던 학교에 축구부가 있었다.

경북 영덕의 영해초등학교를 나온 신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개구쟁이였다. 축구 좋아하고 활달했다. 동네에서 축구 신동으로 불렸다”며 웃었다. 이어 “체육시간에 축구를 워낙 잘하니까 초등학교 선생님이 축구부에 추천해주셨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3학년 때 들어가서 곧바로 4학년을 넘어 6학년 선배들의 경기에 뛰었다.

그러나 집에서는 축구를 하는지 안하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부모님이 생계를 챙기는데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책가방 들고 갔다가 훈련 끝나고 해지면 들어오곤 했다. 그때 촌에서 다 그렇게 살았으니까 별로 관심을 안 가졌다”고 했다.

신 감독의 타고난 축구 재능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그는 “아버지가 축구를 좋아하셨고 잘 하셨다. 그런데 중2 때 돌아가셔서 내가 축구 하는 걸 제대로 못 보셨다“고 아쉬워했다.

재능의 대물림은 운명처럼 두 아들에게 내려가고 있다. 첫째가 고려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신재원이고 둘째는 고1인 신재혁이다. 첫째 아들은 2015년 칠레에서 열린 U-17 월드컵 대표로 출전해 이승우(19ㆍFC바르셀로나 후배닐A)와 함께 뛰었고 조영욱(18ㆍ고려대)과는 학교 동기다. U-20 후보 명단에도 들었지만 아버지는 감독을 맡자마자 아들 이름부터 지웠다. 다른 종목의 사례처럼 감독 아버지와 선수 아들이 대표팀에서 함께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기량이) 월등하지 않기 때문에 보는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면서 “어린 선수들은 댓글에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는데 나야 이겨낼 수 있지만 우리 아이가 힘들어할까 봐 미안한 얘기지만 명단에서 지워버렸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아버지의 ‘속’깊은 배려였던 셈이다.

▲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사진=이호형 기자

둘째 아들 신재혁 군은 인터뷰 현장에서 우연히 만나 얘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아빠보다 훨씬 잘 생겼다는 말에 신 감독은 내심 싫지 않은 눈치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그도 아들 앞에서는 영락없이 자상한 ‘아들 바보’였다. 호주에서 있다가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신재혁 군은 팀에서 포워드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고 있다. 황희찬(21ㆍ잘츠부르크)을 닮고 싶다며 수줍게 웃는 아들의 모습에서 선수 때나 감독 때나 저돌적인 공격성이 전매특허인 아버지가 투영되는 듯 했다. 유명 감독인 아버지가 조언도 해주냐고 하자 신재혁 군은 “그 나이 대는 그냥 즐기라고 할 뿐 그 외에는 별 말씀은 안 하신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아들 둘이) 착하다. 애들이 열심히 잘하고 있고 알아서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이제까지 별 말 안하다가 큰 애한테는 근래 와서 조금씩 얘기해준다. 경기하고 난 다음에 빠져 들어가는 것과 볼 터치하는 것 등에 관해 알려준다”고 언급했다.

골프는 신 감독이 푹 빠져있는 취미인데 가족들이 다함께 즐기는 운동이기도 하다. 신재혁 군은 “아침에도 아버지와 같이 골프 치고 왔다”고 할 만큼 네 가족 모두가 골프를 치면서 정을 다진다. 신 감독은 “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만 요즘은 시간 나면 골프를 주로 친다”면서 “1995년에 결혼하고 난 다음부터 쳤으니까 20년 정도 됐다. 핸디캡(평균타수에서 기준타수를 뺀 수치로 보통 6 이하면 고수로 분류) 5 수준이다. 골프는 발목이 안 좋아서 운동을 쉬고 있을 때 동네의 한 선배님이 골프채를 풀세트로 선물해준 게 계기가 돼 치게 됐다. 일단 선물을 받았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연습장 가서 쳐봤는데 재미있더라”고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성남=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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