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어딘가 사연이 있는 듯한 처연한 얼굴에 조용한 말투, 이따금씩 터져 나오는 날 선 반응을 기대했다면 그 반대다. 캐릭터란 옷을 벗은 이유영은 처연보단 청초에 가까웠고, 조용하기보다는 엉뚱했다. 종영극 ‘터널’ 속 신재이가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했다면, 그를 연기한 이유영은 표현하고 싶은 게 많은데 자신에게 허락된 선이 어디까지인지를 몰라 헤매고 있었다.

“드라마 인터뷰를 처음 해 봐서 아직 적응 단계예요. 제가 하는 말들이 어떤 식으로 기사화되는지, 사람들이 그 글을 읽고 어떤 반응을 하는지. 아직 신기하기도 하고 조심스러워지는 부분도 있고요.”

그러면서도 이유영은 뭘 물으면 그다지 주저하는 기색 없이 조곤조곤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낯선 사람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다 편하게 해도 되나’ 싶을 때쯤 이유영은 “앞서 한 매체 인터뷰에서는 연애 상담을 다했다니까요”라며 웃었다. 그 웃는 얼굴에서 어둡고 서늘하고 차갑던 범죄학자 신재이가 다시 한 번 어색하게 오버랩됐다.

“신재이랑은 정말 다 달랐어요. 저랑 정반대니까 인물을 잡는 게 쉽진 않더라고요. 생각을 하는 것과 그걸 표현하는 건 다른 거잖아요. 머리로는 신재이가 누군지 알겠는데 그게 잘 표현이 안 돼서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2014년 영화 ‘봄’으로 데뷔한 이후 ‘그녀의 냉면 계산법’, ‘간신’, ‘그놈이다’, ‘미스터 쿠퍼’,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등 꾸준히 영화에만 출연했던 이유영은, 첫 드라마 ‘터널’로 많은 것을 배웠다. 대본만 급히 외워서 촬영을 해야 하는 긴박함, 몇 장면을 놓치고 가는 것 같은 불안감, 즉각적인 피드백, 자신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시간.

“드라마는 하루에 많은 분량을 찍잖아요. 모든 장면을 제대로 하고 싶은데 사람이다 보니 호흡이 빨라지면 몇 장면은 놓치고 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아쉽죠. 그래도 드라마엔 매력이 많았어요. 드라마는 연기를 한 걸 보면서 연기를 할 수 있잖아요. 이전 회를 보고 다음 회를 찍는 게 가능하니까. 그래서 신재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잡아가는 데는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뒷부분으로 갈수록 재이를 더 잘 이해하게 됐고 캐릭터를 바로잡아 갈 수 있었어요.”

OCN 드라마 사상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터널’로 이유영은 첫 드라마 도전기를 성공적으로 썼다. “잘 돼서 그런지 몰라도 드라마를 또 하고 싶다”며 작품에 욕심을 냈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되는 이유영은 ‘터널‘에서 호흡을 맞춘 선배 김민상의 말을 언급했다.

“‘그 나이는 정말 이것저것 다 해 봐도 되는 때’라고 하더라고요. 연기를 잘하려고만 하지 말고 이것저것 다 해 보라고요. 영화, 드라마에 대한 구분을 그다지 세워 두지 않고 있어요. 드라마도 계속 하고 싶고 기회가 되면 시트콤도 하고 싶고요. 계속 도전하고 싶고, 도전해도 될 때라고 생각해요.”

이유영은 하반기 영화 ‘원더풀 라이프’(가제)와 ‘마리오네트’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장르는 각각 휴먼 코미디와 범죄 스릴러다. 충무로에서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유영은 앞으로 정통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를 찍는 게 바람이다. 몇 번이나 “밝은 면을 좀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고, 그 때마다 그간 볼 수 없었던 엉뚱한 얼굴이 나왔다.

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afreeca@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