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고리원자력발전소 1호에 불이 꺼졌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도 비로소 출발선에 섰다. 하지만 여전히 원전 옹호 세력도 많아 원전 유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 불지피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9일 오전 고리 1호기 공식 폐로 행사를 진행했다. 국내에서 상업용 원전을 정지하는 것은 고리 1호기가 처음이다.

▲ 30% 건설 중인 고리 5·6호기에 대한 찬반 논쟁이 거세다. 사진=연합뉴스

고리1호기가 가동을 중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명이 끝나서다. 고리1호기는 1971년 착공 당시 설계수명이 30년에 맞춰졌다. 1977년 처음 가동을 시작했으니 이미 수명이 10년을 지난 셈. 2007년 한수원은 10년 연장 운영을 결정했지만, 결국 고리1호기는 예고된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

또 다른 이유는 고리1호기의 오작동 위험성 때문이다. 고리1호기는 40년의 긴 생애 만큼이나 잦은 고장을 일으켰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전원 완전상실 사고’를 포함한 계측설비고장 42건, 전기설비고장 31건, 기계고장 29건이다. 여기에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일어나면서 고리1호기에 대한 폐쇄 요구는 거세졌다.

문재인 정부는 고리 1호기 폐쇄를 ‘탈핵’을 위한 전환점으로 삼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고리 1호기 영구정지는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라며 미래 에너지 정책을 소개했다.

이어서 문 대통령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위원회로 승격한다며 탈핵정책을 본격화했다. 원자력안전위는 원자력으로부터 공공 안전을 확보하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2011년 만들어진 중앙행정기관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수명 끝난 원전 폐쇄뿐 아니라 신규 원전 건설 중단, 탈핵에너지 정책 등을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탈핵정책 1호 조치는 월성1호기 폐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월성1호기는 설계수명이 5년여가 지난 곳이다. 최근 들어서는 월성 1호기가 있는 경북 경주에 지진이 잇따르면서 대참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로 월성 1호기는 사고가 잦기로도 유명하다. 2012년 중지됐다가 2015년 2월 재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최근까지도 사고가 잇따르면서 지역 주민들에 강력한 폐쇄 요구를 받았다.

원전 인근 주민들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내기도 하고 지난 2월 7일 ‘수명 연장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도 받았다. 하지만 한수원 등은 이에 불복하고 월성 1호기를 계속 운영하는 상태다.

월성1호기가 중단되면 조만간 수명을 넘기는 노후 원전들도 연장없이 폐쇄될 가능성이 높다. 한수원에 따르면 2030년까지 수명을 다하는 원전은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를 제외하고 10개나 된다. 월성1호기의 10년 연장 운행이 취소되면 이들 원전들도 연장운행 조치를 받기 어려워진다.

그 다음으로는 30%가량 지어진 신고리 5호·6호기에 대한 건설 중지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문 대통령은 고리1호기 정지 선포식에서 새 원전 2기에 대한 여론 수렴을 거치겠다며 원전 신축 중단 의지도 드러냈다.

▲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고리1호기 폐쇄 기념 행사에서 본격적인 탈핵 정책 시행 계획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무조건 폐쇄에서는 한 발 물러난 것이지만, 최소한 앞으로 원전을 추가 건설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여론이 수렴되면 고리 5·6호기뿐 아니라 기존 원전 폐쇄도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완공돼 운영 개시를 앞두고 있는 신고리 4호기의 운명에도 주목이 쏠린다.

이에 대해 각계에서는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환경단체를 비롯해 시민단체 등이다. 특히 지역 영남권 학부모단체는 고리1호기 폐쇄를 환영하며 월성 1호기 폐쇄 등 후속조치가 이어져야 한다고 동시에 입장을 내기도 했다.

단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에 무조건 파란불만 켜져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원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는 사람들도 많다.

원전 폐쇄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경제성이다. 이번에 폐쇄된 고리 1호기는 누적 1억5,358만MWh를 발전했다. 부산시 연간 전력 소비량의 34배나 된다. 업계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 단가는 화력발전보다 20%가량 저렴하다.

특히 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매몰비용만 1조5,000억원에 추가 부대비용까지 막대한 예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역 주민들 중에서도 원전 건설이 중지될 경우 지역 사회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실제 행동까지 나선 상태다.

원자력을 대체할 에너지원이 아직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국내 원자력 발전 비중은 21%에 달한다. 대안으로 꼽히는 친환경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자체별로 1~5%대에 불과하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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