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경기취재본부=이상엽 기자]

▲ 지난해 열린 G-NEXT·경기글로벌게임센터 개소식 장면 /사진=경기도

□ 경기콘텐츠진흥원 G-NEXT가 꿈꾸는 ‘4차 산업혁명’

금수저와 흙수저.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진다는 의미로, 시대상이 반영된 자조적인 표현이다. 극단적 양극화의 시대, 가계든 기업이든 부모의 능력에 따라 기업의 재력에 따라 한 번 정해진 계층과 자본의 벽은 ‘지브롤터의 바위’ 만큼이나 견고하고 높다. 간혹 그 벽을 허무는 누군가에겐 기적 또는 신화라는 찬사가 따라 붙는다. 온라인 게임 업계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스타트업의 모험과 도전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이 같은 현실에서 경기콘텐츠진흥원 G-NEXT(경기글로벌게임센터)가 ‘동아줄’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흙수저를 쥔 영세한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미래 주역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G-NEXT를 조명해본다.<편집자 주>

 

▲ 2017 플레이엑스포_부스전경 /사진=경기도

◇ G-NEXT, 양극화된 게임산업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

“게임산업은 대형게임사와 중소규모 업체의 간극이 크다. 국가경제는 중산층이 많아야 튼실하듯, 게임산업도 중산층이 필요하다.”

지난 달 경기콘텐츠진흥원 문성길 산업본부장이 플레이엑스포(PlayX4)를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현재 유명 게임개발·유통사는 매년 수 천 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국내 게임산업을 선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에 편입되지 못한 중소규모 게임업체와 스타트업은 부진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자금난을 겪거나 출시 이후에도 홍보와 운영 노하우 부족 등으로 빛을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2015년 경기도 기준으로 게임산업 매출규모는 5조 2,813억 원으로 매출액으로만 따지면 자치단체 중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도내 게임 기업의 85.4%가 연 매출 10억 원 이하의 업체고, 이 중 연 매출액이 1억 원도 안 되는 곳이 3분의 1을 넘는다.

진흥원이 운영하는 G-NEXT는 이러한 현실적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판교 테크노밸리 등에 주요 대규모 게임업체들이 상주하다 보니 경기도의 게임산업은 양적 성장을 이뤄졌지만, 중소 개발사와 창업자 등이 활동할 수 있는 질적 성장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G-NEXT는 편중된 업계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여러 목표를 설정한 상태다. 차세대 게임 산업을 이끌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과 우수 아이디어를 발굴해 저변 확대를 시도하고, 게임 업계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스튜디오 육성 등을 목표를 삼았다.

 

▲ 제3회 게임창조오디션 장면 /사진=경기도

◇ 물고기만 주는 것이 아닌 잡는 법과 파는 법을 제시

아이가 배고프다고 떼를 쓴다고 부모가 물고기만 가져다주면 그 아이는 영원히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기 힘들다. 낚시하는 방법을 알아야 아이는 생존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더 나아가 물고기를 시장에 내다 파는 방법을 깨우칠 수 있다.

진흥원의 G-NEXT는 게임업계 스스로 경쟁할 수 있도록 생존 능력을 키워주려고 노력한다. 업체에 지원금만 대주는 것이 아닌 ‘낚시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취지다. 경기 게임 아카데미의 경우, 6개월 과정을 통해 게임 기획·그래픽·개발·운영 노하우 등을 제공한다. 진흥원이 모든 것을 직접 운영해 기존의 여타 아카데미와 차별을 두고 취업이 아닌 창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의 아카데미가 위탁업체에 일임을 하거나 직접 운영을 하더라도 취업 중심의 기술 교육이 주를 이뤘던 것과는 대조적인 형태다.

물고기를 시장에 내다팔 수 있게 하는 것도 G-NEXT가 돕는 일 중 하나다. 플레이엑스포(PlayX4)와 같은 전시회 개최, 국·내외 시장 진출 지원, 해외시장 현지화 지원 등으로 업체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G-NEXT는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수출계약 추진액이 약 9,700만 달러(한화 1,090억원)에 이른다. 이는 게임업체들이 국·내외 주요 게임전시회 등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도운 힘이 컸다. 여기에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게임기업 수출 상담회, 투자유치 활성화 사업 등도 업체들의 판로 개척에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 또 다른 고민, 업계의 편중된 플랫폼과 졸업기업 지원 문제

G-NEXT는 올해 4월 수립한 ‘2017 G-NETX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게임 플랫폼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는 수익성 문제와 맞물려 매우 경직된 게임 플랫폼과 장르에 몰두하고 있다. 많은 유저들의 불만 중 하나이자 G-NEXT의 고민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게임 시장에서 국내 게임산업의 플랫폼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G-NEXT는 페이스북,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등 신규·글로벌 플랫폼 기반의 게임개발을 지원하고 있다.아울러 도내 게임 개발사를 대상으로 SNS 기반 게임과 VR 기반 게임 등의 연계 프로그램을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진흥원의 지원 프로그램을 모두 마친 소위 ‘졸업기업’도 고민거리다. 현재 진흥원은 경기도 성남 판교에 위치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2층과 6층에 ‘G-NEXT 센터’를 구축, 게임 스타트업 입주 지원을 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진흥원으로부터 1년간의 지원 혜택을 받고, 평가에 따라 6개월을 연장할 수 있다. 진흥원이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도 입주를 지원하지 않는 업체들도 기간제한 없이 G-NEXT 각종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혔다.

그러나 사업 특성상 지원 혜택이 마무리되면, 사후 관리나 추가 지원 혜택이 미비한 게 사실이다. G-NEXT나 업체들도 지속적인 연계 사업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창주 G-NEXT 팀장은 “진흥원에서 업체를 추진 사업에 선정하면 G-NEXT 센터 입주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졸업기업’에 대한 후속 지원과 사업 연계는 여전히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며 “입주 지원기업의 경우, 지원사업이 종료되면 진흥원을 떠나 당장 임대 사무실에 대한 고민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지속성에 대한 문제는 모든 기관들의 고민거리가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도도한 흐름 속에서 게임업계는 발 빠르게 진화 중이다. 증강·가상현실을 이용한 게임은 물론, 인공지능을 접목시킨 앱들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연 미래 게임산업의 허리 역할을 담당할 ‘중산층’이 형성될 수 있을까. G-NEXT의 ‘엔터키’ 역할을 기대해본다.

경기취재본부=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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