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채성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그대로 적중했다. 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일 컨소시엄이 일본 도시바 메모리 매각 입찰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것.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미·일 컨소시엄에 합류한 것이 신의 한수로 꼽힌다.

▲ 최태원 SK 회장이 '2017 확대경영회의'에서 '사회와 함께하는 딥 체인지 추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21일 도시바는 이사회를 열고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3국 연합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도시바와 한미일 컨소시엄은 오는 28일 매각 협상에 최종합의해 내년 3월 말까지 매각을 완료할 방침이다.

해당 컨소시엄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일본 산업혁신기구 및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참여했다. SK하이닉스는 독점금지법 심사을 통과하기 위해 출자가 아닌 융자 형태로 참여하는 방법을 택했다.

최 회장은 도시바 인수 과정에서 전방위적으로 활약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1차 입찰에서 경쟁사보다 1조원 적은 금액을 써내며 불리한 형국을 보였지만 2차 입찰 때 미·일 연합에 합류하면서 반전 카드를 적중시켰다.

특히 최 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도시바 경영진과 지속적인 면담을 가진 것도 인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도시바 경영진은 인력 구조조정과 기술 유출을 우려했는데 최 회장이 이를 간파했다. 경쟁업체와는 달리 49%의 지분을 도시바 경영진이 갖는 경영자매수 방식의 딜을 제시한 것.

경영권을 보장하는 한편 인력 승계와 기술 유출 방지를 약속한 최 회장의 설득력이 도시바 경영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사업부를 인수해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지난 1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삼성전자(36.7%)가 1위를 차지한데 이어 도시바(17.2%), 웨스턴디지털(15.5%), SK하이닉스(11.4%) 순이다.

도시바 반도체사업부를 인수할 경우 SK하이닉스는 1위 기업 삼성전자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 영향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그룹 내 위상도 공고해질 전망이다. 영업이익 면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을 제친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인수로 더 큰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평소 3대 사업 분야 중 하나인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결실이 도시바 인수로 이뤄지게 됐다”며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 입지도 한층 더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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