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영선] “여름에 날도 더운데 문도 열지 못하고 탄재 잿더미 옆에서 살고 있어요. 이 더운날 밭에서 일할때도 바람에 탄재가 날려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해야 합니다”
지난 21일 기자가 찾은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내도둔에는 서천화력발전소 회처리장의 탄재 때문에 피해를 입은 주민이 살고 있다. 이상두(57, 남)씨는 30년째 탄재에 고통을 받고 있다.
이씨는 “탄재 때문에 밭에 심어 놓은 잎채소는 먹을 수도 없어 일년내내 지은 농사를 망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내도둔 마을 뒷산 넘어 위치한 회처리장은 서천화력에서 석탄을 사용하고 남은 탄재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반돼 쌓이는 곳이다.
주민들의 말을 빌리자면 서천화력측은 회처리장에서 날리는 탄재를 막기위해 바닷물을 끌어다 스프링쿨러를 가동해 바닷물을 뿌리고 있지만 탄재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이같은 사정에 탄재와 함께 소금기가 있는 물기가 잎채소에 앉아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이씨는 “특히 겨울에 북서풍이 강하게 불때면 탄재가 날려 숨을 쉴수가 없다”며 “나 자신은 이곳에서 30년간 살았지만 자식한테는 이같은 고통을 물려 줄수가 없어서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새로 집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 뿐만 아니라 내도둔 마을 주민들 대부분은 이처럼 서천화력 회처리장 탄재가 마을을 덮쳐 탄재로 고통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마을 주민 박모(55)씨는 “자고 나면 탄재가 창틀에 쌓여 있어 매일 같이 닦고 또 닦아도 쌓이고 쌓여 탄재를 마시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주민들은 한달 동안 탄재의 고통에서 벗어났다. 서천화력은 30년 이상 노후화돼 6월 한달간 가동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서천화력은 내년 폐기되지만, 그 자리에 더 큰 화력이 들어선다.
서천화력발전소 바로 옆에 건설되는 신서천화력발전소가 현재 20%대의 공정률을 보이며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1984년에 건설된 200㎿짜리 2기가 폐기되고 2019년 가을 1009㎿짜리 1기가 신설된다. 건설지 철조망 주변으로 350여 가구가 있다.
탄재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내도둔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서천화력발전소 공사 때문에 흙먼지가 날려 이중고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마을 민가 위로 지나는 154KV 송전선로로 인해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마을 주민들은 하소연했다.
마을 주민 황모(71)씨는 “날씨가 흐린날 소음이 심하며 비가 올 경우 불꽃이 뛰는 등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송전선로를 지중화해 주던가 아니면 마을에서 멀리 떨어 진 곳으로 옮겨 달라”고 하소연했다.
황씨는 “송전선로가 춘장대해수욕장 부근으로 지나가 관광지 훼손도 심각하다”며 “부동산의 경우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재산상의 피해도 막심하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발전소 피해 대책위원장을 맡아온 홍성돈 위원장은 “서천화력발전소가 들어선 자리엔 옛날 동백정 해수욕장이 있었다”며 “기암괴석이 많아 경치가 빼어나고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릴 정도”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지금은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연기뿐만 아니라 송전선로로 인해 전자파 피해, 온배수 염소작업으로 인해 바다 생태계 파괴 등 마을이 생기를 잃은지 오래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금 신서천화력발전소 공사가 한창인데 석탄을 실어나르는 2만5,000톤급의 선박 접안시설 및 하역 부두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돌핀을 설치해야 하므로 해역을 많이 차지해 어선이 드나드는데 큰 불편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특히 바다 밑바닥을 파내야 하므로 생태계 파괴는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또 1009MW의 신서천화력이 들어서면 지금보다 2~3배 많은 양의 전기가 송전선로를 통해 마을을 지나가게 되므로 마을을 통과하는 구간은 반드시 전선지중화를 해야 하고 논밭위에서도 30m이상으로 송전탑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천= 정영선 기자 ysun@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