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P2P금융이 국내에 도입한 지 10년이 흘렀지만 관련 법과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금융권과 협업이 불허되는 등 성장통을 겪고 있다. 또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표류하면서 동력마저 잃고 있다. 새 금융 모델로 청사진을 그렸던 P2P 업계는 그 사이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일각에서는 1금융, 2금융에 P2P금융 투자·인수를 허용한다면 ‘법꾸라지’가 횡행하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입법에 앞서 P2P금융이 상품인지, 하나의 업권인지부터 정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인 P2P금융 법안을 만들 때 기회비용과 가용가치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 P2P금융이 국내에 들어온 지 10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관리주체와 법안이 명확하지 않아 신 성장 동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4일 P2P업계에 따르면 최근 P2P금융의 판도가 대부업에서 부동산 투자로 선회했다. 당초 P2P금융이 개인간 직접 금융거래라는 새 모델을 표방한 것과 비교하면 구태의연한 투자로 뒷걸음질 친 셈이다.

P2P금융 업계 관계자는 “P2P 금융에 뛰어든 업체 중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린 업체만 흑자전환했다”며 “대부업 상품에 집중했던 업체들은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상황이다. 이들도 펀딩 등 다른 투자처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P2P금융 업체가 부동산이나 펀딩으로 방향을 튼 데에는 불안정성이 큰 역할을 했다. 통상적으로 2007년 설립된 P2P금융 업체들을 ‘1세대 P2P’로 부른다. 국내에 상륙한 지 10년이 지난 금융 모델이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법안이나 관리 주체도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냈지만 관리 권한은 없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가이드라인이 흔들리면서 P2P업계의 도전정신이 뚝 꺾였다. 본래의 역할인 대부업에서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가이드라인 엄포가 내려졌던 올해 현재까지만 지난해 총 폐업한 P2P업체보다 더 많은 업체가 폐업 수순을 밟았다.

최근 금융당국이 투자자들에 맞춘 P2P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서 투자금 규모도 대폭 줄었다. 5월 발표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P2P업체 투자한도는 개인이 연간 업체당 1,000만원, 대출상품별로는 5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또 P2P업체는 투자예치금을 시중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사에 맡겨야만 한다. P2P업체만의 자산을 가지고 대부업을 운용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기존의 금융권이 P2P업체를 인수하거나 함부로 투자할 수 없는 점도 허들이다. ‘금융권이 P2P업체를 인수하거나 투자할 수 없다’는 법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업무위탁 등에 관한 규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권의 P2P업체 인수나 투자는 사실상 금지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금융권이 P2P업체에 자유롭게 투자하게 된다면 자금력을 바탕으로 1금융, 2금융권에 허용되지 않은 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P2P업계 관계자도 “전 정권에서 P2P업계 육성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별도의 규제법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로 ‘법 미꾸라지’ 우려도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P2P금융 법안을 마련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P2P금융을 하나의 상품으로 볼 것인지, 업권으로 볼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이다.

그에 앞서 P2P금융에 대한 법안을 입법하는 기회비용과 법안의 가용가치도 계산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P2P금융사들은 법안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금융업 전체로 보았을 때 P2P금융이 국가적 관리비용을 들일 만큼의 사업 규모인지를 냉철히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달 ‘P2P금융의 발전 및 관리감독법’을 발의하고 연내 입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에서 P2P금융에 대한 유권해석과 규제안이 마련된다면 업계에 다시 한 번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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