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현대·아주·유니온·DH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온 가운데 업체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인수 운명이 갈리고 있다.

현대저축은행은 여러 차례 시장을 두드리면서 전략을 수정해온 결과, 아주저축은행(캐피탈)은 할부금융 시장에서 각광받으면서 새 주인 찾기가 수월했다. 반면 아직까지 주인 찾기에 힘 쓰는 저축은행들은 최근 저축은행 인수 규제가 겹치면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저축은행 업계와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 규제가 예년수준으로 돌아가는 등 자금 수급이 원활해진 뒤에야 저축은행 매매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 현대·아주·유니온·DH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온 가운데 업체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인수 운명이 갈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5일 저축은행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저축은행과 아주저축은행(캐피탈)의 인수가 사실상 확정됐다.

현대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모기업인 KB금융의 품을 떠나 매각에 도전했지만 실패를 맛 봤다. 4월 다시 본입찰에 나섰지만 참여 그룹이 2곳에 그치면서 저조한 흥행이라는 쓴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유진그룹이 현대저축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인수 절차가 급물살을 탔다. 유진그룹은 현대저축은행의 수신 기능을 높게 평가하고 인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아주저축은행은 우리은행이 모기업인 아주캐피탈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소속이 확정됐다. 우리은행은 아주캐피탈을 인수한 사모펀드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기로 했다. 아주캐피탈, 아주저축은행 인수 목적 특수목적법인(SPC)으로부터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고, 이달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 지분 74.03%를 3,1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우리은행은 아주캐피탈 인수로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산이다. 아주캐피탈은 자산 5조원 규모로 자동차 할부금융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반면 인수가 불발된 저축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DH저축은행은 유력 인수사가 있었지만 최종 불발된 경우다. 금융당국이 J트러스트그룹이 부산에 기반을 둔 DH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영업구역 확대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다.

J트러스트그룹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조건부로 DH저축은행의 기발행 보통주식을 전량 취득한 뒤 자회사로 두기로 결의해 지난해 10월 14일에 주식양도계약서를 체결했다"면서 "하지만 당사의 3번째 저축은행 보유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승인신청을 수리하지 않았고, 주식양도계약서 체결로부터 6개월이 지나 계약이 해지되므로 본건 주식 취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대저축은행은 유진기업에 인수가 유력해지기 전 아프로서비스그룹과 접촉해 왔다. 아프로그룹은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해 OK저축은행과 합치면 저축은행 업계 1위를 꿰찰 수 있었다. 역시 금융당국의 ‘상호저축은행 대주주 변경·합병 등 인가기준 마련’에 따라 대부업을 소유한 아프로그룹의 저축은행 인수는 좌절됐다.

유니온저축은행은 지난해 ICT업체인 핫텍이 관심을 보였지만, 인수자금을 위해 추진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가 전액 미납되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당분간 저축은행 매물의 M&A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까지 저축은행에 들어오는 자금력이 100이었다면 현재는 가계대출 규제로 크게 좁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저축은행을 인수할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이 안정을 찾아 주택담보대출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등 가계대출이 안정되면 저축은행에 다시 자금이 유입될 텐데 기간은 짧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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