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신탁운용(이하 한국운용)의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대거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평균 수익률에서는 전체 운용사 중 상위 10위권에 속하면서 한국운용은 상당히 억울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23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한국운용의 공모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올해 들어 무려 1조78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는 기준일 한국운용의 공모 주식형펀드(혼합형 포함) 설정액 4조9,350억의 22% 가까운 금액이다.

하지만 수익률은 오히려 좋았다. 한국운용의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18.58%에 달해 전체 47개 운용사 중 4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았다. 

2015년 상반기까지 중소형주 장세가 펼쳐지면서 간판펀드 ‘한국투자네비게이터’ 등 대형주 위주의 펀드를 내세웠던 한국운용은 침체에 빠졌었다. 이후 대형주 장세가 펼쳐지면서 수익률은 회복됐지만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도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실적 역시 이를 반영했다. 한국운용은 1분기 5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6% 줄어든 수치다.

교보악사자산운용 역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8.99%의 양호한 수익률을 달성했지만 3,272억원이 빠져나가는 아픔을 겪었다. 이밖에 JP모간자산운용(18.74%,-674억원), 한화자산운용(18.06%, -439억원), 유리자산운용(17.97%, -181억원) 등이 ‘억울한’ 운용사에 속했다.

반면, 베어링자산운용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올 들어 14.82%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자금은 운용사 중 가장 많은 1,278억원이 몰렸다. 베어링자산운용은 지난 2002년 4월 설정된 빅 히트 상품 베어링고배당펀드가 투자자에 높은 신뢰를 받으면서 국내 증시가 고점 논란에 시달릴 때도 오히려 많은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베어링고배당펀드는 단순히 현재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이 아니라 탄탄한 현금 창출능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배당을 늘려나갈 수 있는 배당 매력도가 높은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꾸준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여기에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으로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배어링고배당펀드가 인기를 끈 이유다.

뒤를 이어 멀티에셋자산운용(18.61%, 275억원), 하이자산운용(18.11%, 157억원), 흥국자산운용(14.30%, 123억원) 등에도 올해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 자금이 유입됐다.

한편,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는 슈로더자산운용이 가장 억울한 운용사로 꼽혔다. 슈로더자산운용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는 올해 들어 4,469억원이 빠져났지만 평균 수익률은 15.28%로 39개 운용사 중 5위를 기록했다.

슈로더자산운용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고객이 자산배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15.27%, -2,362억원), 하이자산운용(14.67%, -207억원), 한화자산운용(14.27%, -188억원) 등도 자금 흐름이 부진했다.

해외 주식형펀드 운용사 중 가장 이득을 얻은 곳은 블랙록자산운용으로 올해 들어 수익률은 –1.11%로 부진했지만 1,244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피델리티자산운용(13.26%, 3,904억원), 삼성자산운용(9.64%, 3,791억원), 유리자산운용(10.67%, 745억원) 등도 선전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수익률이 단기간에 높다고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아니고 2~3년 정도 꾸준한 성과를 보여야 그제서야 펀드에 자금이 들어온다”며 “수익률과 자금유입이 아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사장은 “하지만 지금 성과가 좋은 펀드는 향후 수익률이 꺾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무작정 투자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고문은 “지금은 돈이 빠지지만, 향후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넘어서면 다시 자금이 펀드로 모여들 것”이라며 “고객은 자신을 고생시킨 펀드에 다시는 자금을 넣지 않기 때문에 지금 수익률이 높은데도 자금이 빠진다고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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