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본격적인 여름. 미니밴이 필수인 계절이 왔다. 미니밴이 최근 들어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쨋든 RV(Recreational Vehicle)는 RV다. 여행 성수기인 여름이 바로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때다.

미니밴은 9~11인승으로 여러명을 태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람이 타지 않더라도 캠핑에 필요한 짐을 가득 싣거나, 차에서 잠을 잘 수도 있다. 6명 이상 타면 버스전용차로를 사용할 수도 있으니 휴가철 교통 체증에서도 자유롭다.

▲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왼쪽)와 기아차 카니발. 각 사 제공

아쉽게도 국내에는 미니밴이 사실상 기아자동차 카니발과 쌍용자동차 코란도 투리스모 두가지 밖에 없다. 르노삼성이 에스파스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지 또 한 번 내년으로 미뤄졌다. 때문에 미니밴 시장은 한동안 양강 구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1인승 모델을 기준으로 카니발과 투리스모는 공통적으로 2.2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다. 카니발은 2.2 eVGT, 투리스모는 LET 220 디젤이다. 터보차저도 나란히 함께 달았다.

크기도 거의 비슷하다. 카니발은 길이가 5,115mm에 폭이 1,985mm, 높이가 1740mm다. 투리스모는 거의 비슷한 5,130mm 길이에 약간 좁은 1,915mm 폭을 갖고 있다. 대신 키는 1,850mm로 크다. 휠베이스는 각각 3,060mm, 3,000mm로 거의 같다.

다만 출시 시기는 카니발이 2014년, 투리스모가 2013년으로 차이가 크다. 그나마도 투리스모는 2004년 출시됐던 로디우스의 페이스리프트다. 플랫폼까지 보면 투리스모는 1984년 나온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6세대 것을 쓰고 있으니, 투리스모가 카니발에게는 조상님 격이다.

제원을 비교해봐도 카니발의 젊은 혈기는 그대로 확인된다. 최고출력이 199마력, 최대토크가 45kgf·m로 상당한 힘을 자랑한다. 연비도 11.1km/ℓ로 경제성까지 갖췄다. 공차중량이 2,150kg에 불과하다.

반면 투리스모는 최고출력이 178마력에 최대토크 40.8kgf·m로 카니발과 맞달리면 뒤쳐질 수밖에 없는 사양이다. 연비도 10.3km/ℓ로 좋은 편은 아니다. 무게도 2,270kg로 카니발보다 100kg 이상 무겁다.

나이 차이가 있는 만큼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데에도 카니발이 훨씬 예민했다. 긴급제동보조장치(AEB)와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비롯해 스마트에어백, 슬라이딩 도어 등이 달려 나온다.

투리스모는 이런 기능이 없다. 전방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세이프티 카메라 장착이 그나마 내세울만한 장치다. 7인치 디스플레이를 기본 장착하고 LED 테일게이트 램프, 알로이 스포츠 페달 등 유행하는 사양을 선택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이 뼈를 깎는 노력을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꼭 새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캠핑족들이 상당 부분을 오프로드 주행에 쓴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리스모는 카니발이 범접할 수 없을만큼의 높은 활용성을 자랑한다.

투리스모는 우선 4륜 구동이 가능하다. 파트타임이긴 하지만 오프로드에서 쓰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후륜구동 기반이라 온로드에서는 안정적인 승차감을 줄 수도 있다. 전륜 구동 2륜차인 카니발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벤츠의 7단 변속기에서도 투리스모의 노익장을 엿볼 수 있다. 6단 자동 변속기를 쓰는 카니발보다 아무래도 더 부드럽고 효율적으로 달릴 수 있다. G4렉스턴에까지 사용된 제품인만큼 성능에 대한 우려도 없다.

전방 서스펜션에 더블 위시본을 적용한 것도 투리스모가 캠핑족을 위해 태어난 차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더블 위시본은 특히 오프로드에서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주행감을 선사하는 서스펜션이다. 카니발이 전륜에 장착한 맥퍼슨 스트럿보다 가격도 비싸다. 후륜은 둘 다 멀티링크다.

판매량은 카니발이 훨씬 앞선다. 5월 기준 6,160대가 팔려 투리스모(250대)와는 비교조차 안된다. 아무래도 활용도가 다양한만큼 수요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름철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이들에게까지 카니발이 더 나은 차일지는 미지수다. 휴가용 차량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6월. 판매량 결과를 기대해본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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