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신애가 셀카를 찍고 있다./사진=안신애 제공.

휴, 일본에서의 한 주가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지난 25일 일본 치바현 우라시의 카멜리아 힐스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어스 몬다민컵 최종 성적은 공동 16위(7언더파 281타). 일본 진출 후 3개 대회 만에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답니다. 헤헤. ^^

도움을 주신 분들이 너무 많네요. 우선 가장 가까이에서 응원해주신 부모님으로부터 큰 힘을 얻었어요. 아버지, 어머니! 고생 많으셨고 정말 감사해요. 부끄럽지만 사랑한다는 말도 해볼게요.

지난 해 췌장암으로 고생하셨던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정정하신 모습으로 이번 대회에 동행하셨어요. 두 분 모두 일본 대회에 처음 오신 건데요. 외동딸이라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고 대화도 많이 한답니다. 현장에서 경기를 보신 부모님께선 “우리 딸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일본에서 더 활약하면 좋겠다는 말씀도 잊지 않을게요.

▲ 어머니 이영숙씨와 안신애, 아버지 안효중씨가 일본 현지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왼쪽부터 순서대로)/사진=안신애 제공.

사실 아버지는 왕년에 공을 잘 치셨어요. 뉴질랜드 시절 아버지의 캐디를 한 적이 있는데 주위 분들보다 잘 치셨어요. 파5홀에서 이글을 하셨던 모습도 봤어요. 가장 잘 치실 땐 ‘싱글 핸디캐퍼(80타 이하)’이자 ‘롱기스트(보통 파5홀에서 티샷을 가장 멀리 보내는 사람)’이셨어요. 투병 생활을 하셨고 연세도 많아졌지만, 지금도 필드에 나가시면 90대 타수는 치세요. 아버지께서 일본 대회에 나선 저의 모습을 보고 흐뭇해 하셨답니다.

대회 기간 때 아버지가 전해주신 한 장의 편지가 기억에 남네요. 장애를 가진 한 일본 남성분께서 로프 밖에 계시던 아버지께 편지를 주고 가셨다고 합니다. 편지에는 서툰 한글로 응원한다는 내용과 함께 마지막 줄에는 ‘힘내라, 앤시네(안신애)’라고 써 있었는데 정말 감동을 받았어요. 진심이 묻어났거든요. 아버지께선 경기가 끝나자마자 제게 사인을 받아 사인공을 그 팬 분에게 전해 주셨다고 하네요. 대회 기간 편지를 주신 분들, 사진을 꾸며 건네주신 분들, 오전에 힘내라고 과자를 전해주신 분들 모두 어찌나 감사하던지. ^^

▲ 안신애가 장애를 가진 일본 남성 팬으로부터 받은 편지./사진=안신애 제공

지난 5월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 땐 골든위크였던 데다, 메이저 대회라 많은 갤러리가 운집했는데 이번 대회 갤러리 수 역시 예상보다 훨씬 많아 보였어요. 더위도 기승을 부렸는데 말이죠. 제가 속한 조를 따라다니는 갤러리 분들도 100~200명 정도는 돼 보였어요. 사진기자분 30여명을 포함해 취재진 약 100여명이 현장에 계셨답니다. 모두들 고생 많으셨어요.

원래 이번 대회 목표는 컷 통과였어요. 그런데 샷이 살아나면서 컷을 통과했고 2차 목표였던 ‘톱10’에도 근접했네요. 호주에서 알게 된 코치님이 여기까지 오셔서 퍼트를 가다듬어 주셨던 게 샷이 살아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퍼트할 때 문제점을 짚어주셨고 그래서 바로잡은 부분도 있었어요. 퍼트를 비롯한 샷 감각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 도움을 줬던 이들과 기념 사진을 남기고 있는 안신애.(왼쪽에서 3번째)/사진=안신애 제공.

일본 코스에 꽤 적응한 것도 성적이 나아진 비결이 아닐까 하네요. JLPGA 대회 코스는 잔디, 그린 스피드, 레이아웃에서 한국과는 조금 달라요. 더 알아가야 하겠지만, JLPGA의 코스 레이아웃은 대체로 저와 좀 잘 맞는 편인 듯해요. JLPGA 코스는 원래 그린이 좁지만, 이번 대회 그린은 상대적으로 컸어요. 인상적이었죠. 어프로치 샷을 잘 해야 했는데 그래도 크게 실수하거나 무너지지 않아 20위 이내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0일부터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은 건너뛰고 다음 달 3일 다시 일본으로 갈 예정이에요. 아무튼 특별한 한 주였어요. 감사해요, 일본!(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日本!)

정리=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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