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보험 복합점포 시범사업이 이달 종료되지만, 금융사들은 저조한 성적표에도 복합점포를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보험 복합점포의 저조한 성적표는 ‘아웃바운드’ 금지 조항, 점포수 제한 등의 규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사들은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대신, 맞춤형 보험을 찾아주는 방법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금융사들은 보험 복합점포가 초기 정착기를 지나면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금융 복합점포의 보험 창구는 텅 빈 반면 증권과 은행 창구를 찾는 손님은 줄을 이었다./사진=허인혜 기자

27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5년 은행·증권 복합점포에 추가된 보험 복합점포의 시범사업 기간이 이달 말 종료된다.

보헙업계와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보험 복합점포 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보험 복합점포의 판매 실적이 ‘0’에 가깝다는 점이 가장 큰 악재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5월 금융감독원에게 받은 ‘복합점포 보험판매 현황’에 따르면 2015년 3분기~2017년 1분기 사이 보험 복합점포에서 판매된 보험 계약은 950건이었다. 10곳의 보험 복합점포에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집계가 무의미할 만큼 부진한 성적을 낸 것. 지주 별로는 KB금융지주가 708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신한금융지주가 173건이었다.

이날 여의도의 한 금융 복합점포의 보험창구는 평일 오전시간임을 감안해도 단 한 사람의 상담 고객도 없었다. 바로 옆 은행 창구는 붐볐고, 증권 창구에도 한두 명의 고객이 오고갔다. 보험 복합점포의 직원은 “창구로 가입하는 고객이 간혹 있다”고 답했지만 상담을 진행하는 고객을 찾기는 어려웠다.

또 다른 금융 복합점포의 보험창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은행과 증권 창구에서만 상담이 진행될 뿐 보험 창구는 텅 비어있었다. 창구 앞 안내 서류에는 100여개가 넘는 보험상품이 명시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EB하나금융 복합점포. 보험 창구 앞에서는 100여개의 보험을 안내하는 책자가 놓였지만 찾는 고객은 없었다./사진=허인혜 기자

두 점포 모두 은행이나 증권은 따로 번호표를 뽑아 대기해야 했지만 보험창구는 번호표 기계 자체가 없었고, 대기 고객을 나타내는 전광판도 설치되지 않았다.

보험업계에서는 ‘아웃바운드’ 규제와 점포수 제한이 풀리지 않는 한 실적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고객에게 찾아가 상품을 권유할 수 없고 점포도 여의도나 광화문, 강남 일대 등에 한정돼 고객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이야기다.

금융사들은 일단 보험 복합점포를 계속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NH농협지주에 확인한 결과 모든 금융사가 보험 복합점포를 폐쇄하거나 축소할 계획은 없었다. 복합점포에서 보험판매를 이어갈지는 각 사의 재량에 달렸다.

금융사들은 초기 수익률이 다소 나쁘다고 해서 보험 복합점포라는 새 모델을 버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입장도 아직 정해지지 않아 섣불리 사업을 정리하기에도 시기상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증권, 보험이 함께 판매되는 금융 복합점포의 특성에 맞춰 연계 상품을 판매하면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보험 복합점포를 찾아 상품상담을 진행하자 “다른 보험 상품에 가입했느냐” “저축과 투자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 은행과 증권에서 따로 운용하는 상품이 있느냐” 등을 물었다. 은행, 증권, 보험 창구간 연계 서비스도 활발했다. 연금저축보험 상품을 묻자 바로 옆 은행 창구에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연결해줬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바로 폐쇄하기 보다 새로운 모델로 육성하는 게 본래의 취지와 부합한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6월 시범사업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보험 복합점포의 실적과 실효성을 평가해 확대 시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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