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엄마, 나 이거(노브랜드 마일드 워터) 사 줘. 일본 로하스 복숭아 맛이랑 똑같다던데.”, “이게 노브랜드에서 잘 나간다는 버터쿠키, 초코칩쿠키인가봐”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에 있는 선산봉황시장 내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찾은 10대 소녀는 아이처럼 엄마에게 물건을 사달라고 떼를 쓰고 있었다. 동네 슈퍼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노브랜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김천에서 30분 넘게 차를 타고 이 곳을 방문한 모녀는 바구니에 거침없이 물건을 담았다.

선산 지역 주민들도 삼삼오오 모여 이곳을 찾았다. 카드 대신 현금결제가 익숙한 이들로 대부분 60·70대였다. 그렇기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이마트에서 운영하는 전문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저 저렴한 상품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온 것이다.

선산읍에서 왔다는 70대 장 모씨는 “키친타월, 세제 같은 제품이 싸다카니 왔어요. 무엇보다 대구까지 안 나가도 되니 좋습니더”라고 말했다.

▲ 선산봉황시장이 오랜만에 방문객들로 활기를 되찾았다. / 신진주 기자

선산봉황시장이 오랜만에 방문객들로 활기를 되찾았다. 이곳에 젊고 트렌디한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찾은 지난 27일은 선산봉황시장 내에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와 ‘청년몰’이 개장하는 날이였다. 오픈 행사로 가수 홍진영이 축하공연을 펼쳤고, 사은 행사도 진행돼 방문객들로 시장 내는 무척 북적였다. 전통시장 방문객의 연령층은 대부분이 60대 이상이었지만, 곳곳에 아이를 품에 안고 온 젊은 엄마들, 중·고등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노브랜드와 청년몰의 효과였다.

선산시장은 경북 지역에서 유명한 전통시장이다. 5일장이 펼쳐지는 매월 2일과 27일은 방문객이 1만5,000명까지도 온다. 하지만 5일장만 붐빌 뿐 시장 안쪽까진 들어오지 않았다. 이에 상가 시장은 24년 동안 공실로 방치됐다.

이런 선산봉황시장에 다시 숨을 불어 넣은 것은 한 30대 청년상인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구미 선산시장에 노브랜드와 청년길(전통시장 청년창업 쇼핑몰)이 들어선 것은 김수연(39세)씨의 공이 크다.

그녀는 선산봉황시장에서 지난 2015년부터 ‘천연비누’ 점포를 운영하는 청년 상인이다. 그녀는 중기청이 지원하는 우수 청년상인에 선정돼 일본으로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그녀는 시장 골목골목까지 장사가 잘 되는 후쿠오카의 한 시장에 가보고 무척 부러웠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하면 손님들을 시장 안쪽까지 들어오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김 씨는 이마트에서 상생스토어 사업에 대해 듣게 됐고 바로 상인협의회회장에게 동의를 구해 이마트에 제안을 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청년상인들이 함께 협업한 새로운 상생유통모델이 실현된 셈이다.

▲ 27일 경북 구미 선산읍 선산봉황시장 내에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와 ‘청년몰’이 개장했다. /신진주 기자

이마트는 선산봉황시장 A동 2층, 1,650㎡(약 500평)중 420㎡(약 125평)을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로 꾸미고, 장난감을 갖춘 어린이 놀이터와 고객쉼터시설을 마련했다.

바로 옆에는 17명의 청년상인이 운영하는 청년몰이 250평 규모로 들어섰다. 휴대폰판매점 ‘수 정보통신’, 네일아트 ‘수 네일아트’, 도자기 판매와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는 ‘태련 그릇공방’, 유아동복 잡화점 ‘점빵’, 전문 스튜디오 ‘후 스튜디오’, 도시락, 덮밥류를 파는 ‘마미키친’ 등이 있다.

특히 이 곳은 상생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청년몰을 거쳐야만,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로 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마트와 선산봉황시장협의회 등은 어린이놀이터, 상생스토어 등 핵심 콘텐츠를 통해 젊은층 집객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고객들의 체류시간도 증가해 상인들의 매출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선산봉황시장 내 상인들은 대부분 기대감에 차 있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시장 1층에서 쪽파 등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새로 생긴 매장 때문인지 오늘 사람들이 많이 왔지만, 그 곳만 가지 ‘사가소’, ‘이것 좀 보소’(호객행위)해도 관심도 없다”며 하소연했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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