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재균/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샌프란시스코 황재균(30)이 꿈의 무대를 밟는다. 이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28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가 29일자로 황재균을 메이저리그에 콜업한다”고 보도했다. 더 머큐리 뉴스도 "샌프란시스코가 황재균을 25인 로스터에 등록한다"고 밝혔다.

빅리그 합류와 함께 선발 출전 기회까지 얻었다. 더 머큐리 뉴스의 앤드루 배걸리 기자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황재균을 29일 콜로라도와 홈 경기에 3루수로 선발 출전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황재균은 빅리그 데뷔전에서 올 시즌 8승5패,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 중인 콜로라도 좌완 선발 카일 프리랜드(24)를 상대하게 됐다.

이로써 황재균은 역대 21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될 전망이다. KBO리그 출신 야수로는 강정호(피츠버그)와 이대호(전 시애틀),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에 이어 5번째이고, 한국에서 직행한 경우로는 이대호를 빼고 4번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새로운 시작이다. 지난해까지 국내 롯데에서 뛰었던 황재균은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으로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코와 도장을 찍었다. 메이저리그 진입시 연봉 150만 달러, 옵션 160만 달러 등 총액 310만 달러를 받는 스플릿 계약이었다.

빅리그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황재균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타율 0.333, 5홈런 15타점으로 두각을 드러냈고, 팀 동료와 코치들이 뽑는 스프링캠프 신인상인 '바니 뉴전트 어워드'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개막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면서 줄곧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인 새크라멘토에서 뛰어야 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68경기 타율 0.287, 7홈런 44타점을 기록했다. 몇 차례 빅리그 콜업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구단의 선택은 번번이 황재균을 빗나갔다.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황재균은 계약서에 포함된 '옵트 아웃(선수가 FA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 카드를 꺼낼 결심을 굳혔다. 그는 27일 현지 기자에게 다음 달 1일까지 메이저리그에 등록되지 않으면 옵트아웃을 실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 및 한국 구단들과 모두 계약할 수 있는 FA로 나서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극적 반전이 이뤄졌다. 최근 메이저리그에 승격된 샌프란시스코 내야수 코너 길라스피가 허리 부상 재발로 부상자 명단(DL)에 오르면서 황재균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황재균으로서도 최상의 시나리오다. 만약 FA 시장에 나올 경우 '불확실성'과의 싸움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황재균은 빅리그에서 보여준 게 아직 없기 때문에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가치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타 팀에서도 데려간다 해도 (주전 전력보다는) '보험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게 되면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힘겹게 잡은 기회인 만큼 이제 황재균은 자신을 택한 구단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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