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박세혁/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갑작스럽게 팀의 안방을 책임지게 된 포수 박세혁(27·두산)이 떠올린 말이다. 박세혁은 "부담을 견뎌내야 한다. 어떻게든 이겨내고, 즐기겠다"며 굳은 각오를 전했다.

두산은 지난 27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외야수 민병헌(30)과 포수 양의지(30)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민병헌은 오른 네 번째 손가락 골절, 양의지는 왼손 다섯 번째 손가락 미세 골절이다. 주전 포수 양의지가 갑작스럽게 이탈하면서 백업 포수 박세혁의 역할이 커졌다.

양의지는 올해 60경기에서 타율 0.323, 9홈런 44타점을 올려 팀 내에서 타점 2위에 올라있었다.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투수 리드로 마운드를 이끌어왔다. 올 시즌 40경기에 나와 타율 0.297, 3홈런 13타점을 기록 중인 박세혁이지만, 공수에서 맹활약하던 양의지의 빈자리를 채우게 된 만큼 어깨가 무겁다. 박세혁은 "의지 형이 빠지면서 주변에서 걱정을 하는 걸 알고 있다.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눈 감고, 귀 막고 경기에 나가서 내 역할을 하겠다"며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라운드에서 내가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다른 것에 신경을 쓰기 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다 쏟아 붓겠다는 뜻이다. 박세혁은 "내가 의지 형 보다 내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 않나. 의지 형처럼 타율 3할4푼을 치거나, 20홈런을 칠 수는 없다"고 냉정히 말했다. 하지만 안방을 지키는 포수로서 자신의 몫 만큼은 다하겠다는 의지다. 박세혁은 "수비에서 만큼은 정말 잘 메워야 한다. 방망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내 역량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잘 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눈을 빛냈다.

두산은 5월까지 3위를 지켰지만 최근 5위 LG에 승차 없이 앞서는 4위로 내려 앉는 등 최근 흐름이 좋지 않다. 여기에 주축 선수까지 부상으로 빠지면서 '위기'를 만났다. 이 시기를 어떻게 버텨내느냐에 따라 팀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박세혁은 "제일 중요한 시기에서 비중이 큰 선배들이 빠졌다. 내가 의지 형의 자리를 잘 메워놔야 형이 돌아왔을 때 우리 팀이 반등을 할 수 있다"며 책임감을 내비쳤다.

양의지도 후배 박세혁을 믿고 응원하고 있다. 박세혁은 27일 손가락 치료를 위해 일본 요코하마의 이지마 치료원으로 떠난 양의지에게 '치료를 잘 받고 돌아오시라'고 문자를 보냈다. 양의지는 박세혁에게 "다치지 마라. 너까지 다치면 안 된다"며 당부를 남겼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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