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누구나 가슴 속에 사직서 한 장쯤은 있잖아요”. SBS 드라마 ‘쩐의 전쟁’의 명대사를 살짝 변형한 이 말은 직장인의 마음을 울리는 유행어다.

선뜻 인생 ‘2막’을 꿈꾸지 못하는 직장인들 사이 당당히 사직서를 내는 직원들이 있다. 현대카드의 ‘CEO플랜(Plan)’이 있어 가능한 얘기다. 그들이 믿는 구석은 소규모 선발, 장기적인 교육과 창업 컨설팅 등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 현대카드 'CEO플랜'을 진행하는 CEO LOUNGE 전경./사진=현대카드 제공

28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지난달 초 CEO플랜 13, 14호점이 문을 열었다. 2015년 4월 1,2호점이 문을 연 지 2년 만이다.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은 2015년 CEO플랜을 시작하면서 “퇴직자들의 성공이 회사의 자존심”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소규모 직원을 선발해 장기적으로 교육하고, 아예 개별 컨설팅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금융업계의 희망퇴직 프로그램과는 궤가 다르다. 재능기부 형식으로 운영돼 직원들의 전직 연착륙을 돕는다.

회사를 나가자 마자 창업할 직원을 찾는다는 점에서 부동산 교육과 같은 일반적인 전직 프로그램과 차별화됐다. ▲창업 교육을 받는 6개월 동안 동일한 월급을 주고 ▲상권분석 등 창업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진짜 사직서를 낼 용기를 북돋는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예컨대 음식점을 내고 싶은 직원이라면 ‘음식’이라는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회사가 회계와 가게 인테리어 등을 도와준다”며 “현대카드는 이미 회계 등의 인프라가 갖춰져 추가 비용도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6개월 이상의 컨설팅, 연수, 디자인 지원, 창업 뒤 재료조달과 카드와 연계마케팅 등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5월 초 문을 연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카페 ‘아이올라’는 CEO플랜의 ‘막둥이’다.

▲ CEO플랜 14호점 카페 '아이올라'./사진=박수정 씨 제공

아이올라의 주인 박수정(전 고객커뮤니케이션팀) 씨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해 직장생활을 한 지 오래 됐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아무래도 아침 출근 저녁 퇴근을 버티기 어려웠다”며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꾸준히 생각했었다. 이렇게 기회가 빨리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가게를 연 지 갓 두 달 차이지만 초기 리스크 걱정은 덜었다. 박 씨는 “현대카드와 적절한 상권을 매일 분석해 기존의 카페 자리에 새 가게를 열었다. 주택가 사이에 있는 곳이지만 브런치를 판매하는 매장 성격과도 맞고, 기존 고객들도 포진해 있어 자리잡기가 수월했다”고 이야기했다.

CEO플랜은 졸업이 아니라 동반자 시스템이라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도 매출 그래프를 분석해 매출이 다소 떨어진 시기에는 왜 감소했는지를 파악해주고, 빙수나 제철과일음료 등 상품 개발도 활발히 지원한다”며 “창업 전부터 지금까지 늘 연결돼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반퇴시대에 회사와 직원이 평생 함께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직원들의 두 번째 직업을 마련해줄 방법을 모색했다”며 “직원과 회사가 퇴직 순간 단절된다는 인식을 전복하려는 시도”라고 전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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