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현(롯데)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우승컵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사진=KLPGA 제공.

[한스경제 박종민] “성적 좋아지면 인터뷰 한 번 하시죠.”

지난 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윈터 투어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 때 대회장 클럽하우스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김지현(26ㆍ롯데)과 약속을 한 적이 있다.

김지현은 그로부터 1년 4개월이 지난 이달 초 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정상 고지를 밟았다. 2012년 LIG 손해보험 클래식, 2013년 넵스 마스터피스 우승에 이어 통산 3번째 정상 등극이었다. 2번째 우승 후 3번째 우승을 하기까진 무려 1,386일이 걸렸다.

▲ 김지현 프로필

최근 본지와 다시 만난 김지현은 “첫 번째, 두 번째 우승 땐 기회를 바로 잡았다. 그 후에도 기회가 오면 잡겠거니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며 “우승 기회에서 계속 미끄러지다 보니 스스로도 못 믿었던 것 같고, 주위 사람들의 목소리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때문에 계속 잘 안됐던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멘탈의 문제였느냐’고 묻자 김지현은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론 그랬다. 후반에 실수를 많이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멘탈이 무너졌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 김지현(롯데)이 본지와 인터뷰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김지현이 오랜 공백을 깨고 우승하기까진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동명이인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김지현(한화)의 우승 역시 자극제가 됐다. 김지현은 “(김)지현이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다. 서로 실력도 비슷했고 입회 년도도 2009년으로 같다. 대회장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인데 실력도 좋아서 ‘그 동안 왜 우승이 없을까’란 생각도 했다. 언젠간 우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4월 KGㆍ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마침내 정상에 섰다”고 회상했다. 김지현은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물음에 “친구가 우승해서 기쁘기도 했고, 한편으론 자극이 됐던 것도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지현은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당시 친구 김지현과의 일화도 털어놨다. 김지현은 “4년 만에 우승해 눈물을 흘리니깐 친구 지현이가 ‘축하한다’며 ‘넌 처음도 아닌 데 왜 우느냐’고 웃으면서 말하더라”고 했다.

캐디인 아버지 김재중(61)씨의 역할도 컸다. 김지현은 “아버지의 말씀이 가끔은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지만, 아버지가 내 골프 스타일을 워낙 잘 아시니 좋은 점이 더 많다. 잘 될 때와 잘 안될 때의 이유를 잘 분석해주신다. 그래서 흔들릴 때도 바로 잡아주신다”고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 캐디인 아버지 김재중씨와 딸 김지현(오른쪽)./사진=KLPGA 제공.

김지현은 “세컨드 샷인 아이언 샷이 잘 되고 있지만, 3m 이내 퍼트들이 부족하다. 앞으로도 퍼트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며 “그러면 우승기회도 더 많아질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지현은 올 시즌 현재까지 모든 대회에 출전했다. “체력적으로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다”고 운을 띄운 김지현은 “그래도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우승의 기운으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은데 시즌 초중반 우승한 만큼 보다 여유를 갖고 경기하면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 믿는다”며 “올 시즌 2승은 하고 싶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지현의 롤 모델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지현은 “타이거 우즈(42ㆍ미국), 신지애(29) 언니, 서희경(31) 언니 등으로 롤 모델이 계속 변화했다”며 “투어 생활을 계속 하다 보니 이제는 가정을 지키면서 프로로서도 경쟁력이 있는 선배들이 대단해 보이더라. ‘엄마 골퍼’인 안시현(33ㆍ골든블루), 홍진주(34ㆍ대방건설) 언니를 본받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지현은 30일부터 사흘간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 골프장(파72)에서 열리는 KLPGA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에 출전한다. 투어에선 최근 5개 대회 연속 ‘지현’이란 이름의 선수가 정상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김지현이 시즌 2승째를 챙길지 지켜볼 일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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