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재균/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이보다 강렬한 데뷔는 없었다.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이 '꿈의 무대'에서 힘찬 비상을 시작했다.

황재균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와 홈 경기에 5번 타자 3루수로 선발로 출전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25인 로스터에 등록돼 마침내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그는 결승 홈런포로 완벽한 데뷔전을 완성했다.

황재균은 2회말 1사에서 상대 선발 카일 프리랜드의 5구째에 3루 땅볼로 돌아섰다. 0-2로 뒤진 4회 1사 1·3루에서는 투수의 글러브를 맞고 공이 흐른 사이 3루 주자 조 패닉이 홈을 밟았다. 황재균은 투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데뷔 두 타석 만에 첫 타점을 신고했다.

▲ 황재균 시즌1호 홈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단연 세 번째 타석이었다. 황재균은 3-3으로 맞선 6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고, 프리랜드의 볼 2개를 골라냈다. 이어 3구째 시속 90.1마일(약 145km)의 직구를 통타해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대형 솔로 아치를 그렸다.

'빅리거 황재균'을 알리는 홈런포였다. 역대 21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황재균은 이 한 방으로 코리안 빅리거의 홈런 기록도 바꿔놨다. 황재균 전에 데뷔 후 가장 빨리 홈런을 때려낸 타자는 박병호(31·미네소타)와 이대호(35·롯데)였다. 박병호는 데뷔 3경기 만인 지난해 4월9일 캔자스시티전에서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때려냈다. 당시 시애틀에서 뛰었던 이대호도 같은 날 오클랜드전에서 솔로포를 쳐 데뷔 후 3경기 만에 홈런을 신고했다. 하지만 황재균은 데뷔 첫 경기에서 홈런을 치며 박병호와 이대호를 넘어섰다.

'최소 타수 홈런' 기록도 새롭게 썼다. 이대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5타수 만에 1호 홈런을 생산했다. 하지만 황재균은 이날 3타수 만에 아치를 그렸다.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만들어 낸 건 최희섭, 이대호에 이어 세 번째다.

이날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우완 조단 라일즈를 상대한 황재균은 풀카운트 접전 끝에 삼진으로 돌아섰다.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 1삼진으로 경기를 마친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가 5-3으로 승리하며 결승타까지 기록하게 됐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황재균은 "이곳에 있기 위해 돈, 가족 등 많은 것을 포기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이루고 싶었기 때문이다"며 메이저리그에 대한 남달랐던 의지를 드러냈다.

'꿈'을 위해 먼 길을 돌아왔다. 황재균은 2015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지만, 무응찰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그는 국내 팀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맺어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섰다. 마이너리그 생활이 계속되면서 현지 시간으로 7월1일까지 콜업이 안 될 경우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옵트아웃 행사를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28일 극적으로 빅리그의 부름을 받으면서 이날 최고의 데뷔전까지 치렀다.

황재균은 경기 후 현지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한 경기라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어서 미국에 왔는데 그 꿈이 이뤄져 너무 기쁘다. 그 경기에서 결승 홈런까지 쳐서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꿈을 좇은 황재균이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디디며 더 큰 자신감까지 수확했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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