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그동안 60대 고령층, 특히 주택을 보유한 고령층의 평균소비성향이 많이 떨어졌지만 지난 2∼3년 동안 20∼30대 연령층이 부채를 많이 늘렸습니다. 비교적 부채가 적었던 청·장년층의 부채가 많이 늘면 경제에 충격이 왔을 때 감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소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제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응한 정책과제’ 국제콘퍼런스에서 한 발언이다.

▲ 2030 청년층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9일 한국은행이 제출한 ‘연령대별·종사상 지위별 소득 대비 가계대출비율’(LTI·Loan To Income) 자료에 따르면 30대 이하의 최근 3년간 LTI 증가율은 36.2%를 나타냈다. LTI의 상승은 소득 대비 대출의 규모가 늘었다는 의미다. 사진=연합뉴스

1,36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20∼30대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9일 한국은행이 제출한 ‘연령대별·종사상 지위별 소득 대비 가계대출비율’(LTI·Loan To Income) 자료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한은의 가계대출 데이터베이스에 담긴 약 100만명의 평균 LTI는 2014년 3월 말 166.8%에서 올해 3월 말 205.5%로 38.7%P 상승했다.

LTI 상승추이는 청년층이 가장 가팔랐다. 30대 이하의 최근 3년간 LTI 증가율은 36.2%를 나타냈다. ▲30대 이하 LTI 136.0%→185.2% ▲40대 162.7%→202.3% ▲50대 179.9%→207.1% ▲60대 이상 225.9%→250.7%로 각각 올랐다. 나이가 들수록 주택 구입, 사업, 자녀 교육 등으로 자금 수요가 늘어나 대출을 더 받으면서 고령층에서 LTI 수준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LTI의 상승은 소득 대비 대출의 규모가 늘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채무를 일으킨 차주가 늘고 있다”며 “이는 신용등급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청년층의 LTI 상승 원인으로는 학자금 대출과 전세대출이 꼽힌다. 학자금을 대출받았으나 상황이 여의치 못해 빚을 갚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 후 상환학자금(든든학자금) 대출인원은 47만명, 대출금액은 1조1,983억원으로 집계됐다. 취업 후 상환학자금은 만 35세 이하 소득 8분위 이하 학부생에게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대출해주고 졸업 후 일정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원리금을 상환하는 제도다. 2015, 2016년 귀속 상환기준소득은 연 1,865만원이다. 매달 약 155만원 이상 소득을 올리면 대상자가 되는 셈이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취업 후 상환 방식으로 학자금 대출을 빌렸다는 직장인 A씨(25)는 “어렵게 취직해서 취직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너무 빨리 대출을 상환하라는 압박이 다가온다”며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들어간 나 같은 사회초년생의 경우 한달 월급이 200만원을 넘지 못하는데 (취업 후 상환을 시작하더라도) 어느 정도 유예기간을 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22일 발표한 임금근로 일자리별 소득분포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 15∼29세 청년 임금 수준은 월 평균 215만원에 불과했다. 4대 보험·국민연금 등에 가입되지 않은 취약 근로자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기에 이들이 포함될 경우 평균 임금은 더 낮아진다.

학자금 대출은 고정금리인 일반상환과 변동금리인 취업 후 상환으로 크게 나뉜다. 때문에 취업 후 상환은 금리인상시기에 금리가 함께 올라 빚으로 쌓이는 금액이 커질 수 있다. LTI의 증가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학자금 등 소액으로 시작된 청년층 부채가 취업난 등으로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며 “교육비 관련 지출 등 소액으로 시작된 청년층 빚의 고리는 채무 보유 청년층의 금융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어 정부는 청년층 자금수요를 고려해 금융자립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0대의 빚 부담 원인이 학자금 대출이라면 30대 LTI 증가를 이끄는 것은 전세대출이다. 전·월세에서 자가로의 전환과정에서 금융회사 차입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행권의 전세대출은 50조원을 넘어섰는데, 전세대출의 절반 가까이는 30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 51조1,000억원 중 30대의 대출 잔액이 24조5,000억원으로 절반에 가까운 47.5%를 차지했고 40대가 28.3%로 뒤를 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득은 그대로인데 전세가격만 치솟으니 이런 수치가 나온 것”이라며 “‘빚 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 부양책이 집값을 뛰게 만들고 결국 전세대출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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