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kt는 신생팀 혜택으로 내년까지 외국인 선수 4명을 보유할 수 있다. 올 시즌 1군 첫 해 값진 경험을 했다면 이듬해는 ‘가을 야구’를 위해 승부를 걸 시기다. 2013년 창단한 NC 또한 1년간 적응 기간을 거쳐 2014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kt는 NC의 전철을 밟고 싶어한다. NC 사례를 비춰보면 역시 강한 마운드가 필요하다. NC는 2014년 찰리 쉬렉-에릭 해커-태드 웨버를 중심으로 ‘선발 왕국’을 꾸렸다. 승운이 없어 선발승은 4위에 해당하는 42승이었지만 평균자책점은 4.26으로 가장 낮았다.

kt의 내년 외국인 구성도 NC처럼 외국인 선수를 투수 3명에 타자 1명으로 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최근 고민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타자 댄 블랙이 불러온 ‘나비효과’ 영향이다. 대체 선수로 합류한 블랙은 6월4일 SK와의 데뷔전부터 3안타를 몰아치더니 6월 21경기에서 타율 0.369, 6홈런 17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기존의 앤디 마르테와 함께 ‘마블 듀오’로 불리며 바닥에 처진 팀 성적을 끌어올렸다.

7월14일부터 손목 부상으로 40일 넘게 자리를 비웠지만 다시 합류한 9월1일 이후 여전한 타격감을 뽐냈다. 최근 3경기 연속 홈런은 물론 9월 타율 0.410, 5홈런 11타점으로 더욱 강력해졌다. 좌우를 가리지 않는 스위치 히터로 ‘편식’도 없다. 왼손 투수 상대 시즌 기록은 0.326, 4홈런 8타점, 오른손을 상대로는 0.395, 7홈런 21타점을 올렸다. 생소한 유형인 언더핸드 상대 기록은 0.313, 1홈런 2타점이다.

그 동안 외국인 투수 3명을 생각하고 있었던 조범현 kt 감독은 블랙의 맹타를 보며 “진짜 고민하게 만든다”면서 “내년 일은 아직 묻지 말아달라”고 말을 아꼈다. 조 감독은 롯데 포수 강민호가 자신한테 했던 말을 소개하며 칭찬을 이어갔다. 그는 “민호가 ‘블랙은 타석에서 전혀 안 칠 것처럼 보이는데 갑자기 쳐서 힘들다’고 하더라. 블랙은 상황과 상대 투수에 따라 맞는 스윙을 한다. 큰 것이 필요할 때는 크게 돌린다. 타석에서의 운영 능력이 좋다”고 설명했다.

kt는 올해 화끈한 공격력의 팀 이미지를 구축했다. 신생 팀 최초 20홈런 타자 3명(마르테ㆍ김상현ㆍ박경수)을 배출했고, 팀 홈런 120개로 신생 팀 최다 기록(종전 2000년 SK 105개)도 경신했다. 마르테는 이미 신생 팀 타자 중 최고 타율(14일 현재 0.372ㆍ종전 2000년 SK 브리또 0.338)을 예약했다.

타선 폭발과 함께 팀 상승세가 궤를 같이 하는 바람에 kt는 내년 외국인 선수 구성을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또한 블랙을 붙잡지 않을 경우 ‘보류 선수’로 묶어놓으면 여론의 비난을 받고, 그렇다고 풀어주면 다른 팀이 데려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어 여러모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사진=kt 댄블랙.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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