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

3년 전 시애틀은 몇 년 걸쳐서 시간당 최저 임금을 (전국 최초로) 15달러까지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최저임금의 인상을 주장한 진영과 반대한 경제학자 모두에게 아주 흥미로운 ‘실험’의 대상이 되었다. 

참고로 시애틀은 2014년 4월 시애틀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을 기존 9.47달러에서 11.0달러로 인상했으며, 2016년 1월 다시 13달러까지 인상한 바 있다(중소기업, 그리고 대기업의 건강보험 헤택을 받는 근로자들은 이 보다 적게 인상되었다). 

그리고 지난 몇 주에 걸쳐,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전혀 반대되는 결론을 담은 두 가지의 연구가 발표되었다. 

먼저,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분교의 연구자들이 발표한 결과는 최저임금을 절반이상 올리지 않은 한 대폭적인 고용의 감소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이는 최저임금의 인상을 주장해온 진영에게 아주 큰 승리였다. 버클리 분교의 연구자들은 레스토랑 산업에 초점을 맞췄는데, 왜냐하면 레스토랑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최저 임금이 10% 오를 때 마다 이 산업의 전체 임금이 1% 상승하며, 고용에 미칠 악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의 연구 결과를 담은 워싱턴 대학교의 논문이 공개되자, 더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워싱턴 대학의 연구자들은 레스토랑 산업에만 초점을 낮춘 버클리 대학의 연구와 달리, 자세한 근로시간과 시급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분석을 시도했다. 워싱턴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최저임금을 인상한 결과 소득이 증가한 대신,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저소득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16년 기존 11달러였던 최저임금이 13달러로 인상된 이후, 시간당 임금은 3% 인상되었지만 저임금 직종 종사자의 노동시간이 무려 9%나 줄어들어 오히려 소득이 크게 감소했던 것이다. 

물론 현재 상태에서는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판단 내리기 힘들다. 왜냐하면, 지금 미국 동부 연안 도시는 강력한 호황을 누리고 있기에 저임금 근로자들의 노동시간 감소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발생한 일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인력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저임금 일자리보다는 고임금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경제 전체로 보면 저임금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감소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판에 대응해 워싱턴 대학의 연구자들은 워싱턴 주 내의 ‘최저임금 인상이 없었던’ 도시 사례를 연구함으로써, 다른 도시에서는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감소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또 다른 연구자들은 워싱턴 주 안에서 시애틀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위치를 감안할 때, 제대로 된 비교 분석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 미국 북서부 최대 도시인 시애틀의 야경

물론 지금 이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실업을 증가시키고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지 여부를 완전히 판별하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 경제학계에서 벌어지는 논쟁이 어떤 의미를 지니며 더 나아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을 맺는지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필요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시애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를 유발한 것이 진정 사실이라면,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글/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

홍춘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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