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혼돈의 137분이다. 개봉과 동시에 혹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리얼’(28일 개봉)의 이야기다. 개연성의 부재, 엉성한 전개와 아리송한 결말 등 장점보다 단점을 찾는 게 훨씬 쉬운 영화로 평가되고 있다. 마약, 도박, 폭력, 섹스 등 온갖 자극적인 소재는 모두 활용했지만 그 뿐이다.

‘리얼’은 “우리 영화는 마술쇼다”고 밝힌 이사랑 감독의 말처럼 때깔만 좋은 ‘마술쇼’를 보는 느낌을 준다. 조각 조각난 전개와 당위성을 찾기 힘든 캐릭터들의 향연, 허무맹랑한 스토리로 아쉬움을 남긴다.

사실 영화의 도입부는 꽤 신선하다. ‘존재의 심리학’의 저자이자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의 “될 수 있다면 되어야 한다”는 문구로 포문을 연다. 존재에 대한 고찰과 자아실현이 영화의 주된 메시지임을 알 수 있다. 주인공 장태영(김수현)의 진짜 자아 찾기가 이 영화의 핵심임을 짐작하게 한다. 화려한 미장센과 함께 거친 조직 보스 장태영으로 변신한 김수현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은 시선을 끈다.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한껏 불량한 장태영을 연기하는 김수현의 모습이 어색하지않다. 이성민 앞에서 자신의 인생을 자랑하며 바지춤을 내릴 때도 거북하지 않다.

하지만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영화는 점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친절한 전개가 이어진다. 조직계 보스 장태영이 아닌 투자자 장태영의 인격이 죽다 살아남과 동시에 맥을 못 추는 스토리의 향연이 이어진다. 두 인격이 서로 ‘진짜’가 되기 위해 벌이는 난투극은 엉성한 편집으로 인해 몰입이 되지 않는다. 투자자 장태영은 보스 장태영의 모든 것을 쟁취하고 싶어한다. 목소리, 얼굴, 여자친구인 송유화(최진리)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리얼’은 심오한 주제에 화려한 영상미를 접목시킨 작품이다. 하지만 관객의 심리를 전혀 간파하지 못한 난해한 구성과 ‘떡밥’으로 불리는 힌트를 끝없이 나열함으로써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연속적으로 펼쳐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노출’이다. 김수현과 최진리의 파격적인 베드신은 충분히 ‘영화를 위해’ 있을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노출과 성애 장면은 보는 이들을 불쾌하게 한다. 최진리를 비롯해 4,200대1의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한예원 역으로 발탁된 한지은은 ‘리얼’의 희생양이나 다름없다.

단지 벗기기 위해 여배우를 활용하는 듯한 불쾌함을 느끼게 만든다. 카지노 시에스타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라에 가까운 모습으로 춤을 추는 댄서들,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성들을 과도하게 클로즈업함으로써 여성을 상품화한다. 마치 한 편의 화려한 ‘19금’ 카지노 광고 영상을 보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 “모든 걸 쏟아 부었다”는 김수현은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부터 위험천만한 액션까지 모두 소화하며 사력을 다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슈 메이커’ 최진리 역시 아이돌 출신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로 극의 중심을 이끌어 간다. 이성민과 성동일, 조우진 역시 베테랑다운 내공을 과시하며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영화의 만듦새가 허술해 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보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러닝타임 137분. 청소년 관람불가.

사진=코브픽쳐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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