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국내 카드시장의 먹거리가 줄어들면서 카드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새로운 격전지로 삼아 2라운드 시장 쟁탈전에 나섰다.

최근에는 동남아 진출을 넘어 정보통신기술(ICT)을 앞세우거나 금융선진국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유럽에 진출하는 등 또 다른 3라운드를 준비하는 모습까지 연출하고 있다.

카드론·카드수수료 압박으로 국내 시장의 규모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카드사들의 글로벌 시장 뚫기는 급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등이 각각 인도네시아와 미국, 독일 시장에 진출하는 등 새로운 판로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 KB국민카드 등이 각각 인도네시아와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비씨카드는 결제 프로세싱 기술을 수출하며 브랜드 진출 이상의 성과를 냈다. 2016년 말 ‘미뜨라 뜨란작시 인도네시아’의 문을 열어 연내 영업을 시작한다.

BC카드는 인도네시아 만디리은행과 합작사를 설립하려 10여곳 이상의 글로벌 업체와 경쟁을 했고, 금융선진국 출신의 업체들을 제치고 협력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모기업인 KT의 국가망 사업 경험이 선정 이유로 꼽혔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유력사들을 제치고 인도네시아를 선점한 이유는 KT의 국가망 사업 경험 덕분”이라며 “당시 인도네시아의 카드사용률이 7.3%에 그쳐 결제망 확대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서준희 비씨카드 사장은 “국내 금융산업 역사상 최초로 금융 프로세싱 사업을 수출한 첫 사례”로 평하며 “그룹사 KT와 함께 금융 ICT 기반의 인프라 구축 및 영업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서준희 BC카드 사장(왼쪽)과 까르띠까 위르요앗모조 만디리 은행장./사진=비씨카드 제공

카드사들의 동남아 진출 기조와 달리 금융 선진국을 뚫는 카드사들도 있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 등 은행계 카드사 전체와 비씨, 기업계 롯데카드가 경제성장률이 높은 동남아 시장에 앞다퉈 진출했다.

국민카드가 지난달 20일 국내사로서는 최초로 미국 금융사와 맞손을 잡았다. 미국 내 최대 한인은행인 ‘뱅크 오브 호프’와 미국 내 공동사업 등을 추진한다. 뱅크 오브 호프는 국민카드에 신용카드 사업 재정비 및 활성화 도모, 현지 영업망과 인프라를 활용한 금융사업 추진, 빅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을 맡길 전망이다.

이밖에 하나카드도 신년사를 통해 일본 결제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카드사들이 다각도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꾸준히 제기돼 온 카드시장 위기론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의 여신금융연구소는 ‘2017년 카드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카드론 위기와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등이 맞물리면서 올 하반기 카드사 수익이 둔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시장에서 확대할 만한 사업도 국세와 지방세 납부, 부동산 중개수수료 등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 결제시장의 80%를 카드가 차지할 만큼 이미 시장 확대의 여력이 없다”며 “카드사들이 초기 인프라 비용을 각오하고라도 다각도로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신금융연구소는 "카드사 해외진출은 아직까지 초기 단계이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현지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허인혜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