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 감독/사진=KFA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신태용(47) 전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이 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할 특급 소방수로 재등판한다. 숙명처럼 신 감독에게 주어진 3번째 같은 역할에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렸다.

신 감독은 4일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기술위)를 통해 신임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김호곤(66) 기술위원장 체제에서 현역 프로 구단 감독 3명(황선홍, 서정원, 박경훈)을 포함한 기술위원 9명(위원장 포함)은 5시간의 마라톤 난상 토론 끝에 신 감독을 적임자로 낙점했다.

협회는 지난달 26일 김 부회장을 기술위원장에 선임하며 새 감독을 물색했고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과 작별한지 19일 만에 A대표팀 신임 사령탑을 뽑았다. 본선 행의 분수령이 될 이란전까지 58일이 남은 시점에서 새 기술위가 신 감독을 고른 첫째 이유는 소통이다.

김 위원장은 “처음 기술위를 맡았을 때 선수와 소통이 차기 감독 선임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했다”며 “일선에서의 오랜 경험에 비춰볼 때 선수와 지도자간 소통이 잘 안됐던 게 항상 문제였다. 선수들의 능력은 충분하다. 그간 신 감독이 코치로 대표팀에 있으면서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성격상 빠른 시일 내에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태용 프로필

두 번째 배경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은 풍부한 감독 경험이다. 신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은 건 2008년으로 당시 김학범(57) 성남 일화 감독의 후임으로 감독 대행을 맡았다. 이후 신 감독은 탁월한 리더십으로 팀을 K리그와 대한축구협회(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도력은 대표팀으로 이어졌다. A대표팀 코치 시절이던 2015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던 고(故) 이광종 감독이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자 중책을 떠안았고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뤘다. 지난해 11월에는 아시아 예선에서 부진한 U-20 대표팀을 맡아 이승우(19ㆍFC바르셀로나 후베닐)와 백승호(20ㆍFC바르셀로나B) 등 개성 넘치는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아르헨티나 등 세계 축구 강호들을 격파했다.

기술위는 이런 경력들을 높이 사 경질된 슈틸리케 후임으로 3번째 소방수의 중책을 맡겼다. 김 위원장은 “올림픽과 U-20 월드컵을 맡은 신 감독은 경기 감각, 팀 운영 능력이 많은 점수를 받았다. 경험으로 판단했다. 경기를 치르면서 더 강해지고 어려울 때는 충분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한다. 큰 성공은 못했지만 어느 정도 결과를 낸 그 동안의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위원장을 제외한 이번 기술위 8명 가운데 40대가 절반인 4명을 차지(하석주, 황선홍, 서정원, 김병지 등)해 40대 젊은 기수인 신 감독이 낙점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조영증(63ㆍ프로축구연맹 심판 위원장) 기술위원은 “신 감독은 일단 그 동안 프로 팀부터 올림픽 대표팀, U-20 대표팀 등을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며 “슈틸리케를 보좌하면서 선수들을 많이 파악하고 있다. 전술적인 운용 능력은 예를 들어 U-20 당시 약간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그 정도면 경기 내용이 괜찮았다고 (기술위에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부터 신태용은 아니었고 5~6명의 후보자가 나왔는데 추리다 보니까 적격자로 결정됐다. 2경기 남은 월드컵 본선 통과가 당면 과제다. 8번 통과하고 9번째 길목에 있는데 신 감독뿐 아니라 전 축구인의 염원이다. 우리는 이걸 하기 위한 최적의 인물을 신 감독으로 봤다. 앞으로 잘하도록 밀어주고 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힘을 실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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