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주민 “탄재, 차량 먼지 싫다, 살려주소” 

- 군호마을 “벽에 금이 가고 불안해 못 살겠다” 

- 사천 주민 “피해 대책 없이 발전소라니...우회도로 개설해야”  

▲ 고성군 하이면에 있는 삼천포화력발전소. /사진=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 정영선]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에 위치한 삼천포화력발전소는 국내 화력발전소 중 최대 단위기 용량(1~4호기 56만kW급)을 자랑하는 발전소이다. 

1983년~1984년에 준공된 삼천포 1·2호기를 비롯해 현재 총 6기가 가동되고 있다. 설비용량 3240MW로 전국 발전량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수중기를 내뿜는 우뚝 솟은 삼천포 1·2호기는 사람으로 치자면 가쁜 숨을 내쉬는 노인에 해당한다. 

고성하이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모습. /사진= 임민환 기자

사실상 지금까지 산업화를 이끌어온 주역이라고는 하지만 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삼천포 1·2호기 ‘셧다운’조치로 석탄재 분진이 줄고 미세먼지 배출농도가 줄어든 거 같다며 반기고 있다. 하지만, 삼천포화력발전소 바로 옆에는 또 다른 화력발전소 ‘고성하이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현재 400여명의 인력과 포크레인이 곳곳을 누비며 삼천포화력의 3분의 2규모에 해당하는 발전소 신설공사가 한창이다. 

7월 현재 공정율은 23%로 공정율 10%미만의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대상은 아니지만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친환경 명품발전소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기존 노후 화력발전 설비와는 달리 최고 수준의 설비를 갖추었다는 공사 관계자의 표정에도 초조함이 엿보였다. 

하지만 삼천포 1·2호기 폐쇄 발표 직후 바로 신규 발전소가 들어서자 인근 지역 주민들과 사천 시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아직 이 발전소 건설에 따른 환경오염, 어민 피해 등에 대한 대책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찾은 이날에도 고성하이화력발전소 신설 공사 현장에는 암반과 토사를 실은 대형 트럭들이 쉴새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고성군 하이면 군호마을 앞 도로에 토사를 적재한 대형 트럭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임민환 기자 

삼천포화력에서 불과 1km 남짓 떨어져 있는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신덕마을은 대형 공사차량으로 분진과 소음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신덕마을 주민 박근욱(74)씨는 “하이화력발전소 건립과 군호마을 이주 단지 조성공사로 인해 대형 공사차량 이동시 분진과 소음으로 피해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신덕마을 가운데로 도로가 있어 출퇴근 시간이면 마을 주민들이 차량 때문에 이동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차량은 제한 속도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교통사고 위험까지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호마을 주민 이모(68)씨도 “공사로 인해 매우 시끄럽고 먼지가 많이 날리고 있다”며 “공사 굉음과 진동으로 인해 지진이 난거 같은 진동을 느꼈다. 벽에 금이 가고 현관문이 잘 열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더군다나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는 사천시 향촌동과 고성군 하이면 경계에 있어 사천시 향촌동· 벌용동·동서금동 등 5개 동지역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삼천포화력발전소와 고성하이화력발전소는 행정 구역상 고성군에 속하지만 사천시와 불과 3~4Km 떨어져 있어 발전소 온·배수로 인한 어족자원 고갈, 환경오염 및 인근 어장 피해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사천시 동지역 주민들은 삼천포화력발전소에서 석탄재를 실고 나르는 석탄재 운송 대형 차량으로 교통 체증과 소음 분진, 교통 사고 위험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천시 향촌동 도로변에 걸린 발전소 피해 대책 현수막. /사진= 임민환 기자

이뿐만이 아니다. 사천시민들은 석탄재 운반차량 피해 보조금(탄재 보조금)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삼천포화력발전소까지 구간이 국도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비해 고성군 하이면 지역에는 석탄재 재활용업체 하이산업(주)을 통해 매년 3억 2000여만원의 탄재보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재 대형 차량에 의한 피해 정도는 사천 향촌동민이 고성 하이면 보다 심각하다. 인구도 사천 향촌동이 7000명으로 3000명의 고성 하이면 보다 2.5배나 많다. 

특히 삽재마을은 대형 벌크 차량의 마을 앞 도로 밤샘 주차로 인해 소음 진동에 의한 수면 장애, 매연과 비산 먼지로 인한 폐질환 발생 등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었다. 

사천시 향촌동 주민 박모(66)씨는 “언제까지 혜택은 고성군이 가져가고 피해는 사천 시민이 봐야 하냐”며 “사천시민은 발전소 소재지 지역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두길 사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와룡산 바위손과 이끼 고사, 각종 질병 발생 빈도 증가, 비산 탄가루 가옥 피해, 바닷속 동식물 플랑크톤 폐사, 해안 모래 황폐화 등이 심각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삼천포화력발전소 인근에 고성화이화력발전소가 또 다시 건설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SK건설 등이 짓는 고성하이화력발전소는 총 사업비 5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 민자발전(IPP)사업으로, 1040MW급 발전기 2기가 건설되고, 생산전력량은 국내 전체 발전용량의 1.6%에 달한다. 2021년 4월 준공예정이다. 

이 시설이 들어서면 경남의 화력발전소는 모두 16기가 되며 국내 발전소 전체의 30%를 차지하게 된다. 

고성= 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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