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오랜 진통 끝에 결국 4개사로 나뉜 현대중공업 그룹. 우려와는 달리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면서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서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그룹은 분사 이후 잇따른 대형 수주에 성공하며 회복세를 되찾는 모습이다.

지난 4월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은 영국 국영기업과 약 500억원 규모의 변압기 수주에 성공했다. 2020년까지 초고압 변압기 23대를 영국 변전소에 납품하는 장기 독점 계약이다.

▲ 현대중공업이 독자개발한 힘센 엔진. 현대중공업은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 기반을 만들 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는 5월에 건국대학교와 친환경 에너지 캠퍼스 구축, 6월에 한국동서발전과 에너지 신사업 추진을 결의했다. 오는 10월까지는 ‘에너지 효율화사업 공동추진’ 계획에 따라 울산 현대중공업에 246억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 및 공장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설치한다.

현대건설기계도 비슷한 시기 230억원 규모의 굴착기를 러시아에 납품하기로 했다. 계약 대수는 36대. 최근 5년간 연평균 실적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어서 중국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소형건설기계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현지 회사와 제휴 협상 중인 것. 현대건설기계는 계약을 맺은 현지 회사에 지게차를 OEM 방식으로 판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그룹 조선사들도 올 들어 상반기동안 무려 72척을 수주했다. 작년 동기(13척)대비 무려 553%에 해당한다. 수주액도 무려 42억달러로 올해 목표의 60%에 해당한다. 우리나라가 수주점유율 34%로 세계 1위를 되찾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

▲ 현대일렉트릭이 울산에 지을 세계 최대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 사진=연합뉴스

또 현대중공업은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힘센 엔진’에 대한 사용권 판매 사업까지 개시하면서 수익 기반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우선 사우디 아라비아 아람코와 합작회사를 만들고 2019년까지 사우디에 힘센엔진을 연간 200여대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로보틱스도 지주사 전환 작업을 이상없이 마무리하면서 그룹사의 안정에 한몫 하고 있다는 평가다. 당초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경영권 확보와 순환출자 해소 등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됐었다. 하지만 현대미포조선이 로보틱스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일단은 정 이사장 -> 현대로보틱스 -> 현대중공업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가 확립됐다.

앞으로도 전망은 밝다. 하반기 조선업계 호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벌써 현대중공업은 LNG운반선 12척, LPG운반석 6척 등 18척, 27억달러 규모의 건조의향서 및 옵션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운행을 멈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군산 지역에서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진다. 사진=연합뉴스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도 회복세를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의 한 선사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할 예정이다. 1척당 1억6,000만달러 규모다. 비록 2011년 이후 국내 발주 실적은 없었지만, 우리나라가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분야인 만큼 수주 가능성에 대한 업계 전망은 긍정적이다.

단 아직 남아있는 과제도 적지는 않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노사관계다. 현대중공업은 위기가 가시화됐던 작년부터 노사 갈등이 심해졌다. 임금단체협약(임단협)도 14개월째 타결이 묘연한 상황. 5일부터는 노조가 상경투쟁에 돌입하고 정계 인사들과 면담을 가지면서 정치적 비화 조짐도 보인다.

군산조선소 폐쇄에 따른 비난 여론도 해결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일 결국 군산조선소 문을 닫았다. 하청업체도 절반 이상이 폐업하면서 지역 경기는 하루 아침에 황폐해졌다. 지역민들은 현대중공업이 울산 물량을 군산으로 옮겨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업황을 감안하면 빨라도 6개월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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