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시작부터 꽤나 시끄럽다. 말 때문이다.

방송인 유세윤이 지난 8일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Ⅵ 인 서울’ 무대에서 게스트로 출연해 ‘이태원 프리덤’의 안무를 설명하던 중 “팔을 반만 올리면 병신 같아 보인다”고 했고, 이 한마디는 이후 언론을 도배하며 심한 후푹풍을 겪고 있다.

유세윤의 사과와 뮤지의 해명에 네티즌들의 반응은 막말에 대한 비판 여론과 장애인을 비하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며 ‘마녀사냥’으로 몰고 가지 말자는 의견 등 각기 다른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는 공인이다. 그리고 그 무대의 관객 대다수는 10대 청소년들이다. ‘병신’이라는 단어가 장애인 ‘차별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사석이 아닌 공적 공간인 무대에서 아무렇지 않게 함부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마땅하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유세윤의 애드리브였다는 소속사의 설명도, 자신이 재미를 주기 위해 먼저 제안한 퍼포먼스용 계획이었다는 뮤지의 변명도 공인이라는 위치를 망각한 처사일 뿐이다. 의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라면, 그리고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말이라면 재미나 웃음이 그 우위에 설 수 없다. 이번 일은 말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은 사고의 가벼움이 빚어낸 촌극이다.

2015년 이미 유상무, 장동민과 방송했던 팟캐스트에서 여성 비하 발언으로 그들과 함께 사과 기자회견까지 했던 유세윤이다. 사과의 의미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또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어야 한다. 사과의 진정성은 재발 방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유세윤의 한마디는 무척이나 실망스럽다. 의도야 어찌 됐건 품격 없는 말을 통해 재발 방지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지난 5월 장애인 관련 시민단체로부터 받은 상 역시 의미가 퇴색해 버렸다. 재능기부를 하며 선행을 이어온 그동안의 공든 탑이 말 한마디로 인해 한순간에 무너졌기에 너무나 아쉽다.

유세윤과 동시에 막말 비교대상으로 거론되는 국민의당 이언주 국회의원이다. 두 사람 관련 기사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걸 보며 말의 위력을 새삼 깨닫는다. 이의원은 막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작정한 정치인처럼 보인다. 학교 비정규직 파업 노동자들에게 ‘미친놈들’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있으며 이와 함께 급식 조리 종사자들에 대한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서민들의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권력자의 권위의식이 품격제로의 언어를 통해 그대로 표출되고 말았다. 아마도 서민들의 표가 만들어준 금배지의 의미를 망각한 것 같다.

유세윤과 이언주 의원, 누구의 잘못이 더 크냐는 내용의 글을 읽었다. 잘못의 크기를 떠나 어떤 형태든 공인의 막말은 그 파급효과로 볼 때 반드시 지양해야만 한다. 그것이 공인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다. 그게 싫다면 공인이 아닌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된다.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 막말의 사전적 의미다. 필터링이 되지 않은 말은 소음일 뿐이다. 최근 몇몇 공인들이 보여주는 막말의 캐릭터화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놓고 마구 떠들겠다는 것을 그저 용인하라는 것인가.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 이유를 다시 설명해야 하는가. 증발해버린 말의 품격, 싸구려 막말에 우리의 귀는 혹사당하고 있다. 말, 주워 담을 수 없기에 신중해야만 한다.

●권상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와 국민대 대학원 영화방송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등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고, 고구려대학 공연예술복지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한 뒤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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