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나오지 않겠다고 했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씨가 증인으로 깜짝 출석했다. 

정씨는 전날 변호인을 통해 자신이 수사받는 형사사건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불출석 신고서를 냈다. 하지만 정씨는 변호인과 상의도 없이 갑자기 증인으로 등장, 특검 측에서 정씨를 압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나오지 않겠다고 했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씨가 증인으로 깜짝 출석했다./연합뉴스

정씨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의 뇌물공여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 측은 정씨가 법정에 출석한 것은 특검의 강요에 의해서라고 주장했다. 특검 측에서 정씨를 증언대에 세운 과정에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정씨는 법정 출석 전에 어느 변호인과도 사전에 상의하거나 연락한 바가 없다"며 "이는 3차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피의자임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차단됐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씨는 새벽 5시께 혼자 주거지 빌딩을 나가 대기 중인 승합차를 타고 종적을 감췄다"며 "21세의 여자 증인을 5시간 이상 사실상 구인·신병확보 후 변호인의 접견을 봉쇄하고 증언대에 내세운 행위는 범죄적 수법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재판부에 정유라를 설득해서 출석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고 하나 그 공언은 출석 강요 내지 출석 회유였음이 드러났다"며 "(정씨의 증언이) 압박과 회유 등으로 오염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며 추후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검 측은 이를 반박했다. 정씨에게 합리적인 노력을 통해 본인의 자의적 판단으로 출석하게 된 것일 뿐 불법적인 출석 강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상민 특검보는 "정씨에게서 이른 아침에 연락이 와 고민 끝에 법원에 증인 출석하는 게 옳다는 뜻을 밝혔다"며 "이동을 지원해 달라고 해서 정씨가 법원으로 가도록 도움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해보면, 정씨는 처음 변호인의 권고로 출석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특검 측의 설득에 마음을 바꾸고 변호인에게 상의하지 않고 특검의 도움을 받아 법원에 출석했다. 

정씨는 불출석 신고서를 내고도 법정에 출석한 경위와 관련해 "여러 만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나오기 싫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서 나온 것"이라며 "검찰이 (증인으로) 신청했고 판사가 받아들였다면 나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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