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씨네] ‘택시운전사’ 최루탄 영화라고 누가 그래?
[이런씨네] ‘택시운전사’ 최루탄 영화라고 누가 그래?
  • 양지원 기자
  • 승인 2017.07.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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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운전사' 리뷰

[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택시운전사’(8월 2일 개봉)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다. 시대의 참담한 비극을 그려낸 만큼 ‘신파영화’ 혹은 ‘최루탄 영화’로 여긴다면 오산이다.

시대의 비극을 극대화하기보다는 ‘광주인’이 아닌 제 3자인 서울 택시운전사, 외신 기자의 시선에 초점을 맞춘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당시의 광주를 표현하려는 장훈 감독의 의도가 돋보인다. 이렇듯 철저히 인물에 접근한 연출 방식은 관객의 몰입도와 공감을 두 배로 높이는 장치로 작용된다.

‘택시운전사’는 가수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부르며 도로를 질주하는 택시기사 만섭(송강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기존의 민주화 운동 소재 영화와 달리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서울 사는 택시기사 만섭은 밀린 사글세를 갚고 딸과 소풍을 가는 게 목표다. 홀로 딸을 키우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만섭은 데모하는 학생들을 향해 “사우디 가서 모래 잔뜩 먹어가며 고생해봐야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데인 줄 알지”라고 중얼거린다. 그 정도로 만섭은 민주주의를 외치며 데모하는 학생들을 한심하게 여긴다.

그런 만섭에게 일생일대를 바꾸는 일이 생기는데, 광주를 취재하기 위해 한국으로 온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를 만나면서부터다. 당시 상황은 전혀 모른 채 힌츠페터를 태우고 간 만섭은 그 곳에서 정 많은 광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과 광주대학생 구재식(류준열)을 만나게 된다. 이들이 한 데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택시운전사’ 특유의 따뜻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초반 분위기가 밝고 따뜻한 데 비해 후반부는 급반전된다. 광주사태의 실체가 드러나며 영화의 분위기는 묵직해진다. 마치 좀비떼들을 처단하듯 무자비하게 총을 쏘는 군인들과 이유 없이 희생된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당시 시대의 비극을 강조하지도, 덜어내지도 않은 연출이 돋보인다. 광주의 참혹한 실상을 직접 목격한 ‘이방인’ 만섭의 시선과 감정 변화가 관객을 이끈다.

‘택시운전사’는 사람의 도리를 찾아 볼 수 없는 당시의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도리를 지킨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감동을 극대화한다. 만섭, 힌츠페터, 구재식이 황태술의 집에서 한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모습은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명연기가 돋보인다. 송강호는 특유의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책임진다. 독일의 명배우로 불리는 크레취만은 실제 인물인 힌츠페터에 완벽히 몰입된 연기를 보여준다. 유해진과 류준열 역시 캐릭터의 인간미를 한껏 살린 연기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1980년대 정취를 그대로 담은 듯한 고증 역시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다. 섬세한 컴퓨터 그래픽(CG) 작업으로 당시의 서울과 광주를 재현한다.

137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이 영화의 단점 중 하나다. 하지만 긴 이야기 속 적재적소에 배치된 유머와 따뜻한 감동이 지루함을 덜어낸다. 게다가 비극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먹먹한 울림을 준다. 이 영화가 전하는 궁극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15세 관람가.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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