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확신이 없는 한 저축이 빠르죠. 최악의 재테크 방법은 ‘들뜸’이에요. 연이율 1.5%의 거북이 저축이 일확천금을 이길 수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첫선을 보인 재테크 조언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이하 영수증)’이 전체순위 10위권, 카테고리 순위 1위를 꿰차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수증’에서는 연예계 재테크 고수로 알려진 김생민이 청취자의 소비패턴을 진단하고 딱 맞는 재테크 방법을 알려준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김생민을 만났다. 직설적인 조언 속 핵심은 ‘절박하되 성급하지 않게, 돈보다는 정신이 먼저’다.

▲ 지난 14일 여의도에 만난 방송인 김생민씨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자신이 진행하는 '김생민의 영수증'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을 재태크의 '절박함'이라고 설명했다./사진=임민환 기자

■‘영수증’이 카테고리 1위를 기록했다. 청취자들은 왜 ‘영수증’에 열광할까.

“꼼수가 없는 경제 조언이어서가 아닐까. 우리 방송은 일반적인 경제 재테크 방송처럼 상품을 권유하거나 모집하고 홍보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안전한 적금을 추천하고, 또 적금을 이어나갈 ‘절박함’을 돋운다.

‘팟캐스트’라는 생소한 방송환경도 도움이 됐다. 처음 둥지를 틀었던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이 팟캐스트 기반 방송으로 젊은 청취자가 많았고, 3년의 노하우도 전수해주면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재테크 신조가 있다면.

“‘들뜸’이 없어야 한다. 돈을 운용할 때 적금으로 진득하게 가는 사람과 주식·펀드 등 각종 투자에 뛰어드는 사람을 비교해보면 10년 뒤에는 오히려 적금을 든 사람이 이길 수 있다. 연이율 1.5%의 적금이 일확천금을 이긴다. 최소한 10년은 이어가야 ‘습관’이 된다.

일도 똑같다. ‘누가 어떤 박탈감을 주더라도 나는 노동을 한다’는 말처럼 꾸준해야 한다. 방송을 시작하고 25년 만에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영수증’에서 말하듯 일희일비 없이 ‘슈퍼 울트라 긍정’할 때 기회가 온다. 스스로를 믿고 천천히 가야 한다.”

■투자보다 저축을 절대적으로 강조한다.

“인간의 심리에서 가장 어리석은 것이 가능성을 결과로 착각하는 일이다. 어떤 일을 수행하면 그 결과로 무엇이 된다고 확언할 수 없다. 예컨대 내가 ‘런닝맨’이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가기만 하면 대스타가 될까? 그럴 가능성이 높아질 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결과는 누구도 단정 짓기 어렵다.

투자와 저축도 마찬가지다. 삶의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돈보다는 정신이다. 정신이 최우선, 일이 그다음, 돈은 세 번째다. 효도나 승부욕처럼 정신의 우선순위를 갖고 일을 하면 돈은 필연적으로 생긴다. ‘꾸준함’의 큰 흐름을 적금으로 이어가자는 취지다.”

▲ 지난 14일 여의도에서 만난 방송인 김생민씨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재테크의 비결은 투자보다 저축이라고 조언했다./사진=임민환 기자

■사회 초년생이 꼭 들어야 하는 적금은?

“일단 주택청약이 필수다. 적금은 처음부터 고정금액이 부담스럽다면 목돈 자유저축 상품을 추천한다. 30만원을 넣기로 했다면 이달은 넣고, 다음 달은 넣지 않아도 된다.

습관이 들면 작은 적금이라도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동이체를 해야 한다. 대출은 갚지 않으면 독촉이 오지만 적금은 넣지 않아도 전화가 안 온다. 자동이체가 필요한 이유다.

원금이 보장되는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상호금융권과 2금융권 적금을 노리는 것도 좋다. 혹자는 1금융권과 2금융권의 이자 차이가 고작 만원, 2만원이라고 훈수를 두지만, 소액 이자라도 챙기면서 ‘내가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를 상기하게 된다.”

■기자의 재테크를 진단해 달라. 적금은 쪼개서 많이 드는 편이지만 교통비와 통신비 지출이 크다.

“주택청약과 저축은행 적금은 좋은 선택이다. ‘그뤠잇’ 드리겠다. 자동이체까지 한다면 ‘알러빗’이다. 교통비 지출이 많다면 편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통신비 지출이 크다면 혹시 소액결제를 자주하나? (그렇다고 답하자) 소액결제는 완벽한 ‘스뜌삣’이다. 그런데 인터뷰 진행에 든 커피값과 교통비는 법인카드인가? ‘그뤠잇’ 드린다”.

*‘그뤠잇’과 ‘알러빗’은 합리적인 소비습관·재테크를, ‘스뜌삣’은 반대 상황을 가리킨다.

■‘스뜌삣’과 ‘그뤠잇’을 구별하는 방법은

“상식이다. 가계부를 봤을 때 상식을 깨면 안 된다. 요령을 바라지 않고, 꾸준함을 추구하는 삶을 지향하면 자연스럽게 과한 소비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한 게 ‘나는 ~을 살 자격이 있는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정신에 최우선가치를 두고 자기개발이나 책 구매, 효도, 교육비에는 본인의 신념대로 지출하면 된다.”

■'욜로(YOLO)’, ‘탕진잼’과 역행하는 방송인데.

“욜로가 인생관이 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욜로가 5~6년 전쯤 미국의 힙합가수가 말한 모양인데, 일반적인 사람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욜로가 우리나라에서는 ‘탕진잼’으로 불리고 있다. 요즘 종종 탕진잼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들어서 고민해봤는데, 탕진잼은 영화 ‘죽은 시인들의 사회’에 나온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 정도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인생의 기조가 아니라.”

■첫 월급 ‘28만원’을 불려 목돈을 만든 일화가 유명하다. 꾸준히 재테크를 해온 원동력은.

“‘절실함’이다. 절실함은 어떤 면에서는 면목이 없어서 생긴다. 20대 시절, 부모님은 내게 필요한 것을 다 해주셨지만 정작 부모님이 원하는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면목 없음’이 있었다. 1992년 KBS개그맨이 됐을 때도 방송국은 내게 기회를 줬지만 내가 못 살렸다.

반면에 저축은 제일 쉬운 방법이었다. 공부와 다이어트, 적금은 똑같다. 내가 휘청거릴 때까지 하면 안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뚝심 있게 가야 한다.

720만원을 모았다면 다음달 월급에서 80만원을 뚝 떼어서 800만원을 만드는 건 습관이다. 습관을 만들면 괌이나 유럽이 아니라 인천, 강릉만 가도 행복해 진다.”

▲ 지난 14일 여의도에서 만난 방송인 김생민씨는 꾸준히 재테크를 해온 원동력에 대해 ‘절실함’이 배어있다고 회고했다./사진=임민환 기자

■“한달에 166만원씩 6개월을 모으면 1,000만원”…‘영수증’ 속 조언들

“한달에 166만원씩 6개월을 모으면 1,000만원이다”

“일의 완성에 A~F가 있다면 우리는 A,B,C,D,E의 과정을 밟는데 극소수의 사람들은 A에서 F로 직행한다. 이건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다. 흔들리지 말자”

“카드 혜택을 보려고 카드를 만들 때는 카드 혜택을 받으려고 빠져나가는 돈을 생각해야 한다. 카드를 지갑에 꽂아놓는다고 할인해 주지 않는다”

“2만원을 쓰기로 했으면 2만원을 써야 한다. 금융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장은 ‘불확실성의 해소’다”

“트렌드를 지나치게 쫓으면 연쇄지출이 발생한다”

“소비를 할 때 ‘나는 ~할 자격이 있는가’를 떠올려라. ‘나는 차를 바꿀 자격이 있는가’처럼”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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