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많은 증언을 했지만 결국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닌 추측에 의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재용 재판과 관련해 삼성의 미전실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개입했음을 간접적으로 증언했지만 재판부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음을 시사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깊숙히 개입했을 가능성을제시한 정황이어서 김 위원장의 증언이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3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진보 성향의 학자였던 김 위원장은 오랜 시민운동가로, 자신의 활동 경험을 토대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 김상조 위원장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3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특검의 보이지 않는 조력자로 불리고 있고, 이 부회장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특검에게 공소사실 등을 조언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위원장은 '삼성 저격수'로 불렸던 만큼 증인석에 앉자마자 자신이 생각했던 의견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을 만난 계기와 대화 내용, 이 부회장이 승계를 위해 진행했던 사업과 합병 등에 대해 상세히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3년 삼성 사장단회의에서 강연한 이후 삼성과의 대화채널이 생겼으며 주로 김 사장과 대화를 나눴다. 당시 대화 내용에는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삼성은 이 부회장의 독단이 아닌 고위 임원들의 집단지성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들어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경영 카리스마가 확립되지 않아 이견이 있을 경우 10건의 결정사항이 있으면 이중 4건은 이 부회장 뜻을 따르고 6건은 참모들의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집단지성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증언한 내용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 경험한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이 회장 와병 이후의 삼성바이오로직스나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인수 등 모든 사업재편은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고 판단, 이를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하만 인수는 이재용 신화 만들기의 예"라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하만 인수 등 사업재편은 삼성전자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일이다. 이러한 경영활동을 전부 승계작업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전장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하만을 인수했다. 하만은 커넥티트카와 오디오 분야 전문기업이다. 커넥티드카·카오디오·서비스 등 하만의 전장사업 영역 시장은 지난해 450억 달러에서 2025년 약 1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8의에는 하만의 'AKG 이어폰'을 넣었고, 세계 최초로 선보인 '시네마LED 스크린' 영화관에도 하만의 JBL 스피커가 설치됐다. 또한 하만과의 협업을 통해 앞으로의 사업도 구상중이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승계 구도 역시 정권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에는 증거는 부족하다. 김 위원장이 설명한 삼성 승계 과정을 보면, 삼성은 금산분리와 국회 보험업법 개정상정 등 해결해야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려 했다.

금융지주회사 설립은 물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경제적 관점에서 정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 정권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김 위원장이 법원에서 설명한 내용들은 전부 학자의 입장에서의 가설일 뿐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지분 18%를 갖고서도 수십년간 운영해왔고, 만약 김 위원장의 가설대로 지주회사 전환을 한다고 해도 지배력은 20%에 불과하다. 오히려 적대적 M&A(인수합병)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삼성이 애초부터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김 위원장의 증언을 듣던 재판부는 공소사실과 관련한 증거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증인이 의견을 피력한다고 해서 적법한 것이 불법이 되고 불법적인 것이 적법이 되는 게 아니다"고 김 위원장을 강하게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증언이 대부분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말과 같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직접 경험한 내용이 없고 추측을 통해 모든 사실을 단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변호인 측은 "증언은 공소사실 입증에 전혀 상관이 없고 경영승계 프레임은 증인이 제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서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