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 임서아 기자

[한스경제 임서아] 청산유수(靑山流水)처럼 말을 쏟아낸다고 해도 추정일 뿐 명백한 진실이 될 수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백마디의 말보다 눈에 보이는 증거 하나면, 모든 것은 사실이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 기일이 다음달 2일로 예정되면서 재판 심리가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다. 특검이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바로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와 ‘삼성 저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금(金)수저를 넘어 신(神)수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정유라와 재벌개혁을 해내겠다는 김상조 위원장. 이 두사람의 이름만으로도 국민의 공분과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증인으로 선 정유라와 김상조 위원장은 법원에서 많은 폭탄 발언을 뱉어냈다. 두 사람의 말을 듣다 보면 삼성이 이 부회장의 승계를 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것으로 오해살만 했다.

실제 증인들의 말을 듣다 보면 머리에 큰 의문점이 생긴다. 증언 내내 "~같다', "그럴 수도 있다", "~로부터 들었다" 등의 사실과 거리가 먼 서술어를 늘어 놓았다. 정유라는 간접경험을 토대로, 김상조 위원장은 자신이 들을 말들을 직접적인 경험인 양 증언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 기일이 다음달 2일로 예정됐다./연합뉴스

법정에 선 정유라는 특검과 변호인 측의 질문에 “엄마(최순실 씨)한테 들은 내용을 말했을 뿐 내가 사실을 어떻게 알겠냐. 그런 건 엄마한테 물어봐라”고 증언한 것만 보기만 해도 증언의 신빙성을 찾긴 어려웠다.  

정유라는 특검의 유도질문도 이해하지 못한 듯 “다시 말해달라, 엄마 생각을 왜 나한테 말하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보다 먼저 왜 정유라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워 얻고자 했던 게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오랜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던 김상조 위원장 역시 증인으로 서 학자로서 소신을 밝혔을 뿐 삼성의 조직적인 승계작업의 꼭 짚을 직접적인 경험은 없었다 . 그는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이재용보다 낫다”, “제가 말한 방향으로 가면 삼성에 축복” 등 법정에서 강연을 펼쳤다.

이에 재판부는 왜 김상조 위원장의 ‘강연’을 듣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증인의 의견을 듣는 데 불과하고 이 같은 의견을 왜 들어야 하는지 상당히 의문”이라며 “증인 의견이 결론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삼성을 향해 훈수를 두는 말만 해댄 것이다. 이는 대부분 공소사실 입증과는 무관한 증언들이다.

국민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치열한 법리공방을 원하는 것도, 법원에서 강의를 듣고 싶은 것도 아니다. 확실한 증거 하나만이라도 제시해 특검이 주장하는 바를 입증해 내라는 것이 국민의 염원이자 바람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결심 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특검의 주장에 대해 증거능력 부족 지적도 나온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다.

심증으로만 승계를 위한 뇌물공여로 못박을 수는 없다. 이 부회장에 대한 40차례 공판에도 결정적 증거는 없이 정황과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청와대의 캐비넷 문건과 정유라가 재판의 새 변수로 떠올랐지만 증거 채택에는 오랜 시간과 난항이 예상된다. 계속되는 추측과 가설로 피고를 범죄자로 몰고가는 특검의 모순에 사법정의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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