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현./사진=LPGA 제공.

[한스경제 박종민] “잘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주눅 들진 않는다.”

박성현(24ㆍKEB하나은행)은 지난 해 5월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출전 경험을 얘기하면서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미국은 코스가 확 트여 있어서 편하게 (장타를) 칠 수 있다”고 했다.

강렬한 눈빛에서 보였던 자신감은 1년 2개월 만에 결실을 맺었다. 17일(한국시간) 끝난 LPGA 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정상 고지를 밟은 그는 그러나 어머니 이금자씨 얘기가 흘러나오자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세월 자신을 아낌없이 지원했던 어머니의 노고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 결국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섰다. 그는 서울 유현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골프부가 있는 경북 구미 현일중학교로 간 그는 현일고등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에 선발되기도 했으나, 부진한 성적 탓에 얼마 지나지 않아 태극마크를 반납해야 했다. 프로 데뷔 무렵엔 교통사고를 당해 오래 병상에 머물기도 했다.

3부인 점프투어와 2부인 드림투어를 거쳐 2014년 1부인 KLPGA 투어에 발을 들인 그는 첫 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 해 1억2,058만6,237원을 거둬 들이며 상금랭킹 34위에 그쳤다.

두각을 나타낸 건 2015년부터였다. 그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그는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기쁨의 순간을 공유했다. 그 해 3승을 수확한 그는 이듬 해 더 강해져 돌아왔다. 시즌 첫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그는 총 7승을 올리며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역대 최다 상금(13억3,309만667원), 역대 최저 평균타수(69.64타) 등 이정표도 남겼다.

박성현은 곧바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을 선언했다. 그는 초청선수를 출전한 LPGA 대회에서 받은 상금 총액이 40위 내에 들어 미국 진출이 가능했다. 앞서 2016년 에비앙챔피언십 준우승, US여자오픈 3위, ANA 인스퍼레이션 6위 등 메이저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거액의 상금을 수령했다. 퀄리파잉스쿨, 2부 투어를 거치거나 LPGA 우승을 통한 것이 아니었던 만큼 그의 미국행은 크게 주목을 받았다.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가 272.750야드(6위)에 달하는 그는 이번 대회 전까지 올 해 13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 없이 준우승 1회, 3위 1회, 4위 2회 등 안정적인 성적을 냈다. 그는 신인왕 포인트(997점)에서도 압도적 1위에 오르며 시즌 신인왕을 예약했다.

이번 우승으로 90만 달러(약 10억2,000만 원)의 상금을 손에 넣은 박성현은 상금랭킹이 13위에서 2위(145만636달러)로 대폭 상승했다. 세계랭킹 또한 기존 11위에서 5위(7.17점)로 크게 도약했다.

박성현의 캐디백에는 ‘남달라’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그의 왼쪽 손목에는 라틴어 문신인 ‘Lucete(루케테)’가 써 있다. 이는 ‘밝게 빛나라’는 의미다. 박성현은 자신의 골프인생에서 가장 남다르고 밝은 순간에 서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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