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덩케르크'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영화 ‘덩케르크’(20일 개봉)는 ‘다크나이트’(2008년), ‘인셉션’(2010년), ‘인터스텔라’(2014년)로 유명한 흥행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작정하고 만든 전쟁 영화다. 절제의 미학을 담은 듯한 담백한 스토리와 재난 현장에 직접 있는 듯한 생생한 몰입감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덩케르크’는 1940년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 여 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을 구하기 위한 사상 최대의 탈출작전을 그린 실화다. 고립된 영국군 토미(핀 화이트헤드)가 빗발치는 총알을 피하며 살기 위해 달려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토미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카메라와 구도가 리얼리티를 부각한다.

영화는 크게 세 가지 시점으로 전개된다. 육지, 바다, 하늘을 통해 해변 위의 군인들, 보트를 타고 항해하는 민간인들, 하늘에서 군인들을 보호하는 파일럿들로 나뉜다. 극한의 상황 속에 처한 각기 다른 캐릭터들을 배치해 관객들의 몰입도와 이해를 더한다. 이들의 시간을 육지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 하루, 하늘에서 한 시간으로 묶은 편집 방식 역시 매우 독특하다. 같은 사건을 겪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보내는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극강의 경험을 제공한다. 놀란 감독의 치밀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감독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컴퓨터 그래픽(CG)를 최소화한 연출도 눈길을 끈다. 파일럿으로 등장한 톰 하디의 공중 전투신과 군인들의 바다 표류신이 대표적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실제로 한 공간에 갇힌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스토리 전개 역시 일반적인 전쟁 영화와 결을 달리한다. 휴머니즘을 강조하거나 선과 악의 대결과 같은 흔한 장치를 배치하지 않는다. 실화에 철저히 초점을 맞췄으며 인물들의 대사량도 많지 않다. 곧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존을 향한 인간의 본능과 죽음을 담는 것을 놓치지는 않았다. 고립된 덩케르크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노병(老兵),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는 세 명의 젊은 군인들, 생사의 기로에 들어서자 프랑스군을 사지로 내모는 영국군들의 군상을 통해 삶에 대한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마다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는 놀란 감독은 이번에도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한다.

또한 ‘덩케르크’에는 신선한 얼굴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젊은 군인들로 등장하는 화이트헤드, 아뉴린 바나드, 해리 스타일스는 영화를 이끄는 주역이다. 관객들의 현실적인 경험을 위한 놀란 감독의 선택이다.

최대한 실화를 있는 그대로 구현한 영화인만큼 오락적인 재미는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기존의 재난ㆍ전쟁영화와 차원이 다른 생생한 리얼리티적인 구성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다. 또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손발이 오글거릴 수 있다. 106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이 신의 한 수다. 12세 관람가.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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