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메이저퀸'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KEB하나은행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KEB하나은행의 홍보는 물론이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직원들의 소속감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평이다. 그간 LPGA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를 주최하는 등 타 금융권과 달리 골프 종목에 관심을 키웠지만 스포츠마케팅 차원의 후원 선수들은 메이저 대회에선 유독 약했다.

박성현은 지난 17일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데뷔 14번째 출전 만에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로 장식하게 된 것이다.

박성현(사진 오른쪽) 선수와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지난 2월 서울 중구 소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프로골퍼 박성현 후원 조인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EB하나은행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 2월 16일 박성현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년으로, 이 계약에 따라 KEB하나은행은 박성현 선수의 모자 정면에 KEB하나은행 로고를 부착하는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박성현은 LPGA에 데뷔하기 직전인 지난 2월 KEB하나은행과 메인 스폰서 계약 체결로 계약금과 인센티브를 합쳐 약 20억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업계 한 관계자는 “‘슈퍼루키’ 신인인 만큼 국내 최고 수준의 후원 규모”라며 “박성현의 계약에 보장 금액보다 성적에 따른 옵션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연봉 개념의 기본 금액보다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많다는 말이니 잘하면 잘할수록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KEB하나은행이 계열사로 있는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005년 한국오픈골프선수권 대회 후원을 시작으로 골프후원에 첫 발을 내디뎠다. 대회후원으로 시작한 하나금융그룹의 골프 분야 지원은 이후 선수 후원까지 이어졌다. 지난 2월 박성현 선수의 합류로 18일 현재 하나금융그룹은 기존의 박희영, 이민지 선수와 함께 LPGA 투어 정상급 선수단 구성을 갖추게 됐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성적을 낼 수 있는 많은 선수들을 제쳐두고 굳이 박성현 선수같은 신인을 발굴해 후원하는 이유는 숨은 가능성을 발굴하고 잠재력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기 위함”이라며 “이를 통해 얻어진 무형적 성과와 인재 등이 다시금 해당 분야에 기여하게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 스포츠 마케팅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막내린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KEB하나은행이 이번 박성현의 우승을 발판으로 스포츠계의 ‘금손’으로 통하는 KB금융그룹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패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스포츠 마케팅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신예를 알아보고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내는 KB금융그룹의 안목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2006년 여고생 유망주였던 김연아는 KB금융그룹의 광고 모델로 파격 발탁돼 지금까지 후원 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KB를 알리는 대표 얼굴이 됐다. KB금융은 김연아를 후원하며 홍보 효과와 함께 ‘믿음직한 은행’ ‘의리있는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덤으로 얻었다. 박인비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박성현을 비롯, KEB하나은행에 속한 선수들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인지도를 얻을수록 단순한 홍보 효과를 넘어 상품과 연계한 마케팅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015년 박인비 선수의 커리어그랜드슬램 달성과 연계해 우대이율을 제공하는 ‘박인비 커리어그랜드슬램기원적금’을 판매해 6개월 만에 6만7,879좌, 2,220억원 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농협은행 역시 2015년까지 류현진 선수의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주는 예·적금을 판매해 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수를 직접 후원하는 스포츠 마케팅의 경우 은행이나 금융그룹의 이미지가 선수에 따라 달라진다”며 “특히 형체가 없는 금융의 특성상 고객들은 은행의 이미지를 선수와 연관지어 기억을 하기 때문에 무작정 선수의 발전 가능성만 보는 것이 아니라 후원하는 금융사와 이미지가 잘 맞는지도 함께 고려해 후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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