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인 무풍에어컨. 바람 없이 시원함을 준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탄생한 무풍에어컨은 세심한 디자인으로 더욱 사랑받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대표 에어컨인 무풍에어컨 디자인의 출발은 어디일까. 그 답은 우면동에서 찾을 수 있다.

19일 오전 기자가 찾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서울 R&D 캠퍼스’에서 삼성전자 제품의 디자인 비밀을 엿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 디자인의 심장부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현재 약 5,000명의 인력이 상주하고 있는 R&D특화 사업장이다.

이 캠퍼스에는 디자인, 소프트웨어센터, DMC(Digital Media & Communications)연구소, IP센터 등 핵심적인 기능들이 모여 있다. 특히 이곳은 디자인경영센터와 각 사업부에 소속돼 있는 1,500여 명의 디자이너들이 미래의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서울 R&D 캠퍼스’ 외관./삼성전자

삼성전자 제품 디자이너들의 자사 철학을 가득 담아 만들어낸 대표 제품 중 하나가 바로 무풍에어컨이다. 이 제품은 직바람이 몸에 닿지 않아도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소비자 니즈를 제대로 저격, 삼성전자 스탠드형 에어컨 판매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무풍에어컨은 약 5년 간의 연구 기간을 거쳐 개발 초기부터 개발과 디자인 부서간 협업이 긴밀히 이뤄져 완성된 제품이다. 개발과 디자인 부서간에서도 완성도 높은 제품을 구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는 후문이다.

무풍에어컨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메탈 소재다. 삼성전자는 실제 시원함은 물론 시각적 시원함을 동시에 극대화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에어컨에 ‘리얼 메탈’을 적용했다. 메탈을 선택하게 된 것 역시 디자이너들이 수백 번 고민한 끝에 만들어진 결과다.

차가운 냉기가 직경 1mm 수준의 13만5,000개의 마이크로홀에서 흘러나와 초당 0.15m 이하의 느린 속도로 흐르기 때문에 동굴에 있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3도 정도 기울어진 무풍에어컨 본체 디자인에서도 개발과 디자인의 협업이 잘 드러난다. 활을 쏠 때 각도에 따라 멀리 나가는 정도가 다른 것처럼 무풍에어컨은 냉기가 더 멀리 퍼져 나가 짧은 시간 내 공간을 시원하게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송현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외관에서 말하자면 너무 뒤로 기울면 불안하고 너무 세우면 넘어갈 것 같은 불안감이 있다. 적당한 외관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생활가전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생각했던 것을 체크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풍에어컨의 인기 비결은 무풍 콘셉트 이외에도 유려한 조형미가 큰 역할을 했다. 3개의 원형 바람문은 무풍에어컨을 상징하는 대표적 요소로 개기월식을 모티브로 해 만들어졌다. 여기에 적용된 ‘크리스탈 블루 라이팅’은 바람의 세기에 따라 파장의 크기가 조절되는 빛이 리얼 메탈의 홀을 통해 냉방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송 상무는 "심플한 것이 진짜 기술"이라며 "생활의 가치 변화, 그리고 신분 상승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디자인으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디자이너들의 능력을 향상시킬수 있는 이곳 캠퍼스 공간 덕도 있다. 디자인 동에는 제품에 적용 되는 음향을 디자인하는 ‘사운드랩’, 사용자의 니즈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Home Experience랩’, 소재와 컬러를 연구하는 ‘CMF(Color, Material, Finish)랩’, 디자이너들이 관심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확장하도록 돕는 ‘디자인 라운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디자인경영센터는 전략·제품·UX·그래픽·소재·컬러·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모여 삼성전자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있다. 서울 외 샌프란시스코·런던·베이징·델리·도쿄·상파울루 등 6개 해외 디자인 거점과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다.

예로, 인도 델리 디자인센터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애벌빨래가 가능한 ‘액티브워시’ 세탁기다.  애벌빨래를 하는 인도 주부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으며 이 제품은 출시 1년 만에 글로벌 판매 150만대 돌파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디자인 거점은 해당 지역 시장·소비자 트렌드,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을 분석하고 각 지역의 특성과 장점을 살린 지역 특화 디자인 콘센트를 발굴한다”고 설명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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